약간은, 충격이었다. 독도를 탐사하는 한 장의 사진. 어선에 플래카드를 부착한 독도 조사선이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과학기지에는 탐사선이 없다. 해양 조사 때면 어선을 빌려 쓰는데 하루 용선료가 450만 원이란다. 이래가지고 독도를 지킬 수 있을까.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이었다.

1831년부터 5년간 영국의 측량선 비글호는 대서양-태평양-인도양을 누볐다. 22세의 청년 찰스 다윈이 그 배에 승선한 것은 다들 아는 사실. 그 배가 없었다면 진화론도, '종의 기원'도 없었다. 대영제국의 영화는 물론이다. 185년이 지난 오늘, 한국의 독도 탐사에 똑딱이 어선이라니…. 허탈하다 못해 참담한 현실이다.

지난 9월 말, 울릉도와 독도를 찾았다. 독도에 발을 딛는 순간의 허전함이란…. 동도, 서도, 숫돌바위, 삼형제바위, 독립문바위…. 익히 보아왔던 우리 땅 독도는 그렇게 외롭게 서 있었다. 텅 빈 느낌뿐이다.

힘들었다. 망망대해에 수평선뿐. 우리 땅 울릉도와 독도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허전했다. 좀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없는가, 하고 물었다. 한때 울릉도 비행장이 추진됐는데 중단된 상태란다. 위그선도 있지 않나? 그 또한 시험 운항에 성공했으나 감감 무소식.

'울릉도를 사랑하는 것이 곧 독도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아카데미 학장인 최성애 선임연구원의 말은 울림이 있다. '껍질 없는 털은 없다.' 독도가 털이라면 울릉도는 껍질. 울릉도가 발전해야 독도가 외롭거나 텅 비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독도를 탐방하려면 뱃길만 왕복 11시간 이상 걸린다. 독도에 내릴 수 있는 확률도 30%밖에 안 된다. 변화가 절실하다.

울릉도의 여건도 열악하다. 신호등이 단 4개다. 해안도로 2개 터널의 입·출구에 하나씩. 터널이 좁아 신호등에 의존해 교대로 통과하게 돼 있다. 해안 일주 도로조차 완비돼 있지 않다. 내수전 몽돌해안~섬목 선착장 4㎞ 구간의 공사가 한창이다. 안내 팻말을 보니 공사 기간이 무려 7년. 돌산을 뚫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겠으나 예산 부족 탓인 듯했다. 무관심, 무신경, 무념무상이다.

자연 환경으론 무릉도원이다. 관음도와 죽도, 거북바위, 코끼리바위, 국수바위, 삼선암, 대풍감 등 바다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압권은 단연 나리 분지. 산으로 둘러싸인 분화구인데 상당히 넓고 편안한 분위기다. 더욱 신기한 것은 용출소의 존재. 나리 분지 지하로 스며든 물이 압력에 의해 지상으로 치솟는 샘이다. 알칼리성의 약수인 데다 하루 용출량만 2만 t에 달한다.

물 좋고 공기 맑지만 울릉도의 불균형은 이해불가다. 도동항보다 사동항이 육지에서 훨씬 가깝다. 울릉도에서 독도로 갈 때도 사동항을 이용한다. 한데, 굳이 도동에 주 항구를 두었다. 1만여 명의 주민 중 60% 이상이 도동과 저동 쪽에 몰려 있어 그렇단다. 육지에서 가까운 서면은 땅도 넓고 사동항과 인접해 있다. 사동항을 이용하면 울릉도와 독도가 한결 가까워진다.

안용복 기념관은 초라했다. 1693년 일본에 강제 피랍, 1696년 10명의 민간 사절단 대표로 일본 방문. 이 일로 조선과 일본의 영토 분쟁인 '울릉도 쟁계'가 발생했다. 이 해 다케시마 도주의 도해 금지령이 있었고 막부의 전국적인 도해금지령은 1837년에야 이뤄진다. 사료 부족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신라 이사부의 우산국 정벌, 조선 태종 때부터의 공도· 수토 정책, 고종의 개척 정책 등이 전부다. '섬을 비운 것은 해양세력을 제거하기 위함입니다.' 한국해양박물관 손재학 관장의 설명이다. 조선은 바다를 등지고 돌아앉은 나라였던 셈이다. 독도 기록은 전무다. 일본의 기록은 풍부하다. 독도 강치의 포획과 가공 수출, 납세, 울릉도에 대한 기록이 상세하다. 과거나 지금이나 우리의 독도는 텅 비어 있다.

'평생을 울릉도와 독도에 바치고 싶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과학기지 김윤배 선임기술원의 말이다. 아, 독도가 텅 빈 것만은 아니구나. 그래도 누군가는 외로움을 인내하고 있었다. '희망의 지팡이, 인내의 옷을 지닌 사람은 영원으로 향해 간다.' 그의 희망이 영원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결국은 사랑의 힘이다. 독도를 지켜내는 건 함선도, 총도 아니다. '사랑은 칼 없이도 왕국을 지배한다.' 독도 아래엔 심흥택해산, 이사부해산이 있다. 수심 200m 내외의 평원은 거리가 55㎞에 달한다. 잠수함 여행을 상상해 보라. 통쾌하지 않은가. 바다목장을 조성하면? 대한민국의 먹거리로 족하다. 독도 사랑이, 투자가 절실한 이유다.

지혜가 필요하다. 연나라 왕이 곽괴에게 현자를 구하는 법을 물었다. 곽괴는 죽은 말의 뼈를 오백 금을 주고 사도록 했다. 소문이 나자 천하의 명마가 몰려들었다. 원대한 사업은 소소한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독도와 동해의 우리 바다 지키기? 작은 생활부터 바꿔야 한다.

논설고문 aiw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