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시작 전 각 방송사 야구 해설위원들이 모여 전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허구연 이순철 등 베테랑들도 롯데 자이언츠에 대해서는 내게 묻는데, 난 올해도 5강에 못 든다고 예상했다. 다들 '무슨 소리냐'면서,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해서 불안한 뒷문을 해결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야구라는 게 참 이상하다. 부족분을 채우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고, 좋았던 부분도 시간이 지나면 나빠진다.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계속 문제가 발생한다. 올해 롯데가 딱 그랬다.
새로 영입한 투수들은 볼이 너무 가벼웠고 전성기도 지나 보였다. FA는 프로에 데뷔하고 7~8년이 지나서 새 팀에 합류하는데, 기계로 치면 마모된 상태로 오는 것이다. 잘 던질 때는 많이 던지니까 이적하고 나서는 힘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FA를 데려와서 쓰기보다는 좋은 선수를 잘 길러 팀에서 전성기를 보내도록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사실 롯데가 FA를 영입해서 성공한 것보다, 선수를 다른 팀에 보내면서 지명한 보상 선수들이 더 좋은 활약을 펼쳤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할 만큼 비중이 크다. 투수는 팀에서 만들고, 그게 안 되면 성적이 잘 안 나온다는 결론에 이른다.

롯데는 시즌 전 좋은 평가를 받았던 부분들이 일찍 무너졌다.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는 선발로서 힘이 떨어졌고, 송승준이나 고원준도 마찬가지였다. 외야에서는 짐 아두치와 저스틴 맥스웰 등 외국인 타자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용병에게 바라는 장타력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강민호와 황재균이 버틴 포수와 3루, 그리고 유격수 문규현과 우익수 손아섭 등의 포지션 정도에 합격점을 주고 나머지는 부족했다고 본다.

수비에서 롯데는 다른 팀과 다르게 실수가 나오면 부각된다. 삼진이나 플라이로 마무리하면 상관없는데, 꼭 볼넷이나 안타를 허용해 좋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진다. 올해는 사실 예년에 비해 실책이 많이 줄었지만, 앞으로는 그 실책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게끔 막아줘야 한다.

하지만 미래도 볼 수 있었다.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박세웅 박진형 박시영 박한길 등 젊은 투수가 눈에 띄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보통 겨울 훈련에서 투구 수를 조절하는데, 당시 불펜 투수 수준으로 몸을 맞춘 이들이 시즌 중 갑자기 선발로 길게 던지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팀에 합류한 나종덕을 비롯해 강동관 안중열 김준태 등을 볼 때 롯데도 앞으로 포수 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은 선수를 보유했다. 하지만 아직 강민호의 뒤를 받쳐줄 선수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 시즌 막판 김준태가 좋은 성적을 보였는데, 최근 있었던 U-23 야구선수권에서 활약한 것도 그때의 경험이 밑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본다.

비시즌에는 준비할 것이 많다. 투구나 타격 훈련뿐만 아니라 기초 체력 훈련에도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시즌 중에 아킬레스건이나 햄스트링 등의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면 이때 몸을 잘 만들어야 한다. 선수단 구성 문제도 시급하다. 더 나은 수준의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고, 젊은 투수들을 어떻게 성장시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나의 다음 시즌 전망에 현재 롯데는 하위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약점을 채워야만 더 나은 팀으로 갈 수 있다.

KNN 야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