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미르, 미륵 /박은경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1-28 19:10:03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온통 미르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르는 용을 가리키는 순수 우리말이다. 고대 중국의 신화집 '산해경'에는 기괴한 형상의 인간이나 상상의 동물이 등장한다. 인간 역사와 더불어 신격화된 동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용(龍)이다. 상상의 동물 용은 우리말로 '미르'라 한다. 미르는 물을 가리키며, 물의 신은 용을 가리킨다. 그리고 미르는 미리(豫)의 의미와도 관련 있다. 그런 연유인지 우리의 역사를 보면 용은 미래의 메시아 미륵불의 신앙과 매우 관련이 깊다. 

미륵신앙에는 상생신앙과 하생신앙이 있다. 미륵상생신앙은 도솔천에 거주하는 미륵보살을 직접 만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사후에 도솔천에 왕생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한편 미륵하생신앙은 미래의 메시아 미륵불이 석가 입멸 후 56억7000만 년 후에 도솔천으로부터 이 세상에 하생하여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3회에 걸친 설법을 통해 일체의 중생을 구제한다는 내용이 골자이다.

사람들은 석가 입멸 후 이 세상에 미래의 메시아인 미륵이 출현하면, 그의 설법을 통해 구원받고자 하는 내세관이 강렬하였다. 이러한 내세관은 난세에 구원받기 위한 우리들의 마음을 반영하며, 이를 표현하는 방편으로 경전을 암송하거나 사원을 짓거나, 불상과 불화를 조성하거나 향 등을 공양하면서 희망이라는 믿음을 깊이 간직하였던 것이다. 이렇듯 미르, 용, 미래, 구원, 미륵신앙은 지배자나 피지배자들이 겪는 어려운 현실세계로부터 이상세계를 구현코자 바랐던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의 아름다운 순수한 전통 신앙이었다.

고대 우리나라에 미륵신앙이 널리 유포되어 있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진평왕 때에 흥륜사 승려 진자는 미륵불상 앞에서 위대한 성인이 화랑으로 화신하여 세상에 출현해 주기를 발원하였다. 당시 화랑으로 이름을 떨쳤던 김유신은 그의 낭도들을 용화향도(龍華香徒)라 불렀다. 이는 바로 미륵보살이 미륵불로 성불하여 용화수 아래에 내려와 세상을 이끌 듯이, 당시 청년 화랑들을 미래를 이끌 수 있는 미륵의 화신으로 보았던 것이다.

전북 익산의 용화산 남쪽에 있는 미륵사지는 백제의 유적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백제 무왕은 신라의 선화공주와 연을 맺기 위해 서동요를 지어 퍼뜨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 무왕이 어느 날 부인과 함께 용화산 아래 큰 못가에 이르니 미륵삼존이 못 가운데 나타나므로, 부인이 왕에게 이곳에 큰 절을 세워주기를 청하였다. 이 연못을 평지로 메워 건물을 올린 것이 바로 지금의 미륵사지이다. 미륵사지는 2009년 미륵사지 석탑해체 발굴 당시 발견된 순금제 사리장엄구에 의해 639년에 창건되었고, 백제 무왕 때 왕비 사택왕후의 발원으로 지어진 사찰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찰 건립의 배경에는 왕권을 강화코자 하였던 백제 무왕이 정치적 기반이 쇠약해진 부여를 떠나 익산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코자 하였던 정치적인 전략이 깔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 시대에 이르러서는 미륵불이나 미륵마애불 조성이 빈번하였다. 미륵이 용화수 아래에 출현하여 설법하는 모습을 묘사한 '미륵하생경변상도'는 국보급의 화려한 불화로 일본에 여러 점 남아 전한다. 그 외 미륵신앙과 관련 있는 고려말~조선 초 매향활동도 무시할 수 없다. 향목을 묻는 매향 행위의 흔적은 매향비의 존재를 통해 알 수 있다. 지역적으로 해수와 육수가 만나는 지점인 동·서해안 및 남해안의 내포 지역에 매향비가 분포한다. 매향신앙은 의식절차에 따라 향목을 갯벌에 정성스레 묻어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귀한 향재인 침향목이 되기를 바란다. 매향활동의 배경으로 여러 견해가 있지만, 내우외환에 따른 혼란한 현실세계에서 벗어나 용화세계의 도래로 인해 미륵이 하생하여 구제해주기를 바라는 염원이 깃들어 있었다. 여기에는 조선 초 1427년에 세워진 홍성 매향비에는 마을의 노인과 어린이들이 미륵이 이 세상에 출현하여 첫 번째 설법을 기리며 매향한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어, 내세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시두말성(翅頭末城)이라는 성이 만들어져, 땅이 기름지고 문명이 발달하여 많은 사람이 넘쳐나며, 여기에 전륜성왕이 출현하여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내용이 미륵경전에 담겨 있다. 지배층 권력자들은 자신이 전륜성왕이 되어 이상국가를 다스리고자 미륵신앙을 주도하였고, 민중들은 근심과 환란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 위해 미륵신앙을 믿었다. 고달픈 현실세계로부터의 커다란 위무를 받았던 것이다. 미르, 미륵신앙은 우리들의 가슴에 보배를 간직게 한 뿌리 깊은 전통 신앙이었다. 사이비신앙으로 말미암아 우리 고유의 신앙, 전통 미르신앙이 절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동아대 인문대학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6일 부산·울산·경남 비 또는 눈… 오후 대부분 그쳐
  2. 2故휘성, 오늘(16일) 영결식 및 발인…슬픔 속 영면
  3. 3불안한 주택 시장… 지난해 민간 분양 착공 실적 역대 두 번째로 적어
  4. 4오뚜기 울산 삼남면에 대규모 물류시설 만든다
  5. 5구직 포기한 30대 지난달 '역대 최다'…31만명 "그냥 쉰다"
  6. 6'교회 공유 재산 수십억 횡령 혐의' 창원 목사, 수사선상에
  7. 7"대검찰청 마약과 검사입니다"…재외국민 대상 보이스피싱 주의
  8. 83월 복귀 시 의대 정원 이전 수준으로…의대생 돌아올까
  9. 9'초고령사회 목전' 창원시, 올해 역대 최다 규모 노인일자리 만든다
  10. 10지자체 최초 진주시 초소형 위성 ‘JINJUSat-1B’ 발사 성공
  1. 1김두관, ‘여야 공동 尹탄핵심판 승복’ 기자회견 제안
  2. 2민주당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 현수막 훼손 혐의 80대 벌금 200만 원
  3. 3[속보] 권성동 “헌재의 尹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할 것…당 공식 입장”
  4. 4권성동 "헌재의 尹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할 것…당 공식 입장"(종합)
  5. 5野, '尹파면' 촉구 도보행진…"헌재, 금주 가장 빠른 날 선고해야"
  6. 6부산교육감 재선거 보수 후보 정승윤·최윤홍 단일화 합의 성공
  7. 7與, 보수 텃밭서 '尹탄핵 반대' 집회, "탄핵 기각 촉구"
  8. 8[속보] 합참, 러시아 군용기 KADIZ 진입…“훈련목적”
  9. 9尹탄핵 심판 선고 임박 관측에…與 "탄핵 무효" 野 "조속 파면"
  10. 10野, '美민감국가' 지정에 "한미동맹 균열 우려…尹 파면해야"
  1. 1불안한 주택 시장… 지난해 민간 분양 착공 실적 역대 두 번째로 적어
  2. 2오뚜기 울산 삼남면에 대규모 물류시설 만든다
  3. 3구직 포기한 30대 지난달 '역대 최다'…31만명 "그냥 쉰다"
  4. 4전국 '청년백수' 120만명 넘었다…취업해도 26%는 '단기직'
  5. 5국토부, 올해 전국 10곳에서 ‘스마트 도시’ 조성 사업 추진
  6. 6여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합의…구조개혁은 진통 예상
  7. 7[속보] 전남 무안 한우농장서도 구제역 발생… 5건으로 늘어
  8. 8[속보] MBK 김병주, 사재 출연… “홈플러스 소상공인 결제대금 지원”
  9. 9“구제역 이어 고병원성 AI까지 재발하면 큰 일”… 정부, 취약 농장 점검 나서
  10. 10"균형발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지방 자립역량 부족'"
  1. 116일 부산·울산·경남 비 또는 눈… 오후 대부분 그쳐
  2. 2'교회 공유 재산 수십억 횡령 혐의' 창원 목사, 수사선상에
  3. 3"대검찰청 마약과 검사입니다"…재외국민 대상 보이스피싱 주의
  4. 43월 복귀 시 의대 정원 이전 수준으로…의대생 돌아올까
  5. 5'초고령사회 목전' 창원시, 올해 역대 최다 규모 노인일자리 만든다
  6. 6지자체 최초 진주시 초소형 위성 ‘JINJUSat-1B’ 발사 성공
  7. 7부족한 울산 조선업 인력 우즈베키스탄에서 공급한다
  8. 8[속보] 전남 무안 한우농장서도 구제역 발생… 5건으로 늘어
  9. 9경남도의 인재개발원 이전 논의 과열 조짐,
  10. 10‘최장 기간’ 尹탄핵심판, 금주 중후반 선고 가능성
  1. 12025 다이아몬드브리지 국제걷기축제 참가신청 안내
  2. 2프로야구 부산·창원 시범경기, 우천 취소
  3. 3롯데 데이비슨·박세웅 흔들…필승조 정철원 깔끔
  4. 4퓨처스리그 14일 개막…체크 스윙 비디오판독 시범도입
  5. 5BNK-우리은행 챔프전은 ‘박혜진 시리즈’
  6. 6[인사이드 아웃사이드] 박정은 감독 ‘언니 리더십’
  7. 7셔틀콕 퀸 안세영, 전영오픈 16강행
  8. 8롯데 키즈클럽 선착순 모집
  9. 9KBO, '미성년자 성 착취물 제작 혐의' 서준원 무기실격
  10. 10마이너리그 거부권 없는 김혜성, 도쿄행 불발 트리플A서 시즌 시작
다시 열린 트럼프 시대
충성파로 내각 채우고 입법부까지 장악…트럼프 폭주 예고
다시 열린 트럼프 시대
美공장 지어 무역장벽 우회…‘미국통’ 등용 네트워킹 강화도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市 노동안전보건센터, 조속한 설립 필요하다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우리에게 절실한 성장 마인드셋
영원히 기억을 쌓아가야 할 부산포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AI) 시대,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
과학과 문화의 앙상블
국제칼럼 [전체보기]
시급한 일, 중요한 일, 시급하고 중요한 일
부산 미분양 심각, 정부 특단 대책 필요
기고 [전체보기]
과학 꿈나무가 그리는 미래 탄소중립도시 부산
지방자치 30년, 자치 실현가능케 헌법 개정해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기관장 잔치’된 체전 폐회식…선수가 주역인 축제 만들자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부산은 왜 망해가고 있을까
이형(고종), 이승만, 박정희, 윤석열 - 그들의 계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와 통하는 힙한 판소리
조선시대 조상들의 고독 대처법
김창욱의 스포츠 탐색 [전체보기]
골프 vs 파크골프, 당신의 선택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명함을 자르며
‘오징어 게임2’, 국내 반응 미지근한 이유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
도청도설 [전체보기]
‘그냥 쉬는’ 청년 50만 명
금요일 선고
메디칼럼 [전체보기]
뇌졸중 치료는 ‘시간이 생명(Time is life)’
귀성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금정산성막걸리와 겨울 안주
사하구 노포 맛집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 키우기 제5원칙, 사회적 소통
뇌력 키우기 4원칙 ‘잘먹기’
사설 [전체보기]
야당 줄탄핵 제동…소추권 남용 책임 따져야 할 때다
‘구덕운동장 쓴맛’ 부산시, 도시재생 의지는 살려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영화광의 시대가 다시 왔다
‘트럼피즘 2.0’…세계질서 재편의 서막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양질의 지속 가능한 건강보장을 위한 개혁 방안
인구 위기 본질과 노인 연령의 합리적 조정 방안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무주공해(無主空海)
트럼프 2.0 그리고 대한민국 해양정책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트럼프의 속마음 읽기
고환율의 명령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주민투표로 결정되는 부산·경남행정통합
수능 폐지를 위한 10년 교육 실험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퇴계 이황과 서애 류성룡의 생가
공원묘원에도 명당은 있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문민을 국방부 장관으로!
‘위헌 대통령’ 퇴진과 함께 재발방지책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유효기간
체크인, 체크아웃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모리스 라벨
겨울 나그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시인 권구현의 ‘금강산 풍경’
‘자연’ 임신의 검정 강아지
CEO 칼럼 [전체보기]
포틀랜드에서 만난 ‘살기 좋은 도시의 비밀’
노화 속도를 늦추는 과학적 방법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