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재단 새 대표이사로 동아대 유종목 명예교수가 내정(본지 10일 자 13면 보도)됐다. 문화재단 이사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유 명예교수를 선택한 것을 두고 예상 밖이란 반응이 많다.

유 명예교수는 동아대 국어국문학과(현 한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민요와 민속학 분야 등을 연구한 권위자로 알려져 있으나, 지역 문화계에선 낯선 이름이다. 특히 강남주(1대), 남송우(2, 3대) 전 대표에 이어 다시 국문학과 교수가 문화재단 대표를 맡았다. 그것도 70세를 바라보는 명예교수에게 대표직을 맡기겠다는 것은 문화재단의 혁신보다 안정적 운영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2009년 출범한 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목적으로 꾸준히 규모를 키웠다. 지난 8년간 지역 예술계에 필요한 창작활동 지원, 복지, 교육, 국제교류, 문화콘텐츠 발굴, 창작공간 운영 등에 경험을 쌓으며 성과를 냈다. 하지만 문화재단의 사업은 늘었지만, 여전히 시의 위탁사업 비중이 전체의 97%를 차지해 시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과정에서 임원들이 갑자기 사퇴하는 등 인사 파동이 끊이지 않았다. 문화재단 설립 목적인 지역예술 진흥, 즉 부산 예술계에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정책으로 실현해 지역예술 발전에 이바지했는지도 의문이다.

유 대표는 문화재단의 설립 목적과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재단 기본재산 적립금 문제부터 되짚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재단은 2018년까지 적립금 500억 원을 모아 이를 운용하며 지역에 필요한 예술진흥 사업을 벌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시는 매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적립금 출자에 인색했고, 급기야 내년 예산에서는 적립금(20억 원)을 빼버렸다.

시가 매년 적립금을 조금씩 출자하는 것보다 수백억 원대 현물을 한 번에 출자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한 발 물러섰지만, 이 과정에서 시의 문화예술에 대한 무지와 안일한 대처가 예술인의 공분을 샀다. "시가 내년 문화예술 예산을 늘렸다고 하는데 올해 초 깎은 행사 예산을 복원한 수준이다. 정작 문화예술 발전의 토양이 될 문화재단 적립금은 빼버려 문화정책에 비전이 없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한 예술인의 탄식이 와 닿는다.

신임 대표는 이제라도 문화재단이 본연의 역할을 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시의 위탁기관에서 벗어나 문화재단만의 방식으로 지역 문화계와 협업하고 지원할 방법을 찾아 '부산'다운 문화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행여 그저 '한 자리' 차지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제라도 그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

문화부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