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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이제는 '촛불' 이후를 고민할 때 /양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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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1-03 18:46:3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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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의 마지막 날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10번째 촛불집회는 '송박영신(送朴迎新)'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다.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는다는 의미의 '송구영신'(送舊迎新)을 빗댔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절묘한 비유다.

'송박'(送朴)은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다. 빠르면 1월 말, 늦어도 3월 초에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은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대통령의 나쁜 예'로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기각이나 각하 결정을 내릴 경우도 가정해볼 수는 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의 마음은 박근혜 대통령을 이미 '파면'했다. 그러니 '송박'은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영신'(迎新)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맞이해야 할 '새로운 것'이란 과연 무엇이어야 할까. 간단치 않다. 정치권이 발 빠르게 그 새로움을 준비하는 듯하다. '새로운 헌법', 즉 개헌을 수면 위로 올려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움의 전부일까. 현재의 대통령제를 손보는 일만으로 우리 정치가 새로워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더욱이 개헌 논의가 각 정치집단의 미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카드가 된다면 엄청난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새로움은 훨씬 더 광범위하고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든 국민이 팔을 걷고 나서야 하는 일일 것이다. 결국 국민에게 많은 설명을 제공하고 민의를 모으는 구심점으로서 언론의 역할에 다시금 주목할 수밖에 없다. 언론의 힘은 강력하다. 연인원 1000만 명에 이르는 '촛불'을 불러 모은 것도 결국은 언론의 힘이었다. '촛불' 이후의 우리 사회가 향할 곳을 제시하는 것 또한 언론이 해주어야 할 몫이다. 사회가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사람들은 언론에 주목한다. 지금이 그런 시기다.
언론은 세상에 발생하는 일들을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소위 '청와대 게이트'로 인해서 정신이 없을 만큼 수많은 뉴스가 전달되었다. 아직도 밝히고 드러내야 할 사안이 많이 남아 있다.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이제 언론은 우리 사회가 지향할 '새로운 것'을 찾아서 제시하는 작업에 돌입해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언론 기능이 어느 때보다도 더 절실히 필요하다.

'청와대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그 민낯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라는 의미에서 '적폐'(積弊)라고 불리곤 한다. 국민은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화가 나고 슬프기도 했다. 이제 그 적폐를 제거하고 보다 건강한 사회를 재건하는 길이 무엇일지 고민할 시기다. 무엇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이토록 퇴행시켰는지, 무엇이 우리 사회를 다시금 권위주의적 사회로 되돌아가게 했는지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서 최순실과 같은 존재를 만들어내고 방치할 수 있었는지, 국민을 개나 돼지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정경유착, 뇌물과 부정축재는 또 어떻게 끊어내야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반민주주의적 발상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지 않는 민주주의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너무 크고 추상적인 주문일지도 모르지만, 차제에 어떻게 해야 우리 사회가 천민자본주의에서 벗어나 보다 인간중심적인 가치들을 복원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거기에는 수많은 담론이 포함될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전방위적 영역이 대상이 될 것이다.

정유년이 열렸다. 많은 신문과 방송이 새해맞이 특집 기획을 내보냈다. 주로 다가올 대선을 예측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청와대 게이트'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적폐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일은 대선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하다. 언론들이 나서서 긴 호흡의 기획물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단 몇 회로 끝나는 간단한 기획물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쩌면 한 해 내내 이어지는 기획물이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맞이해야 하는, 아니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 모색해야 한다. 국제신문이 먼저 나섰으면 한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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