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미국 시애틀에서 문을 연 '아마존 고'는 무인가게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가 물건을 골라 나오기만 하면 된다. 당연히 이 가게에는 점원도 없고, 고객은 계산할 필요도 없는 구조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카메라와 센서 등 각종 첨단기술이 결합해 사람의 움직임과 제품의 변동을 체크한다. 계산은 스마트폰 앱에 연결돼 있는 계좌에서 자동으로 이뤄진다.
아디다스는 얼마 전 독일에서 100% 자동화 공장인 스피드 팩토리를 열면서 새로운 화제를 몰고 왔다. 1995년 이후 전량을 해외생산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23년 만에 자국 생산을 재개한 것이다. 스피드 팩토리는 로봇 자동화 공정을 완벽하게 갖춰, 10명의 직원으로 50만 켤레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하니 놀랍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다. 이제는 받아들 수밖에 없는 거대한 물결이다. 첨단기술의 진보로 일하는 방식이 변하고, 융합으로 기술과 산업이 재탄생하는 것을 물론 모든 것이 네트워크화되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초연결, 초지능사회가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로봇, 인공지능, ICT(정보통신기술)가 대대적으로 적용되면서 전 세계 산업지도는 대변혁의 물결을 타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동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일자리의 양극화도 심화될 전망이다. 낮은 원가를 위해 해외로 진출한 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이른바 리쇼어링 현상이 심화돼 신보호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1차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의 출현으로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 발전으로 인한 반작용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기술 진보는 인류에게 결국 풍요로움을 안겨주는 형태로 돌아왔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류를 더욱 편리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풍요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4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받아들이는 능동적인 자세다. 현재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선두에 나선 미국을 비롯해 독일,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제조업 혁신과 전 산업의 스마트화 등 중장기 정책을 마련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대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기술, 산업뿐만 아니라 교육, 고용, 복지 등 사회 시스템 전반을 포괄하는 범부처 전략이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에서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등 신기술 분야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새로운 산업과 시장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또한,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제조업과 세계 최고 수준의 ICT가 융합하여 반도체, 전자, 자동차 등 주력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가속도를 붙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동시에 교육 시스템과 직업 체계를 4차 산업혁명에 걸맞게 정비하여 기술진보로 인한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와 더불어 상호 신뢰의 문화를 성숙시켜야 한다는 것을 특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초연결 시대의 경쟁력은 양질의 정보와 지식이 원활하게 유통되고, 함께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내는 집단지성의 활성화에 상당 부분 달려 있기 때문이다.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정보 공유, 기술혁신을 끌어내는 아이디어 발굴, 기술진보의 성과를 나누는 제도 마련에 있어서도 구성원 상호 간의 신뢰가 꼭 필요할 것으로 본다.
나라 안팎으로 많은 혼란과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는 이때,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사명은 바로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준비다. 지금 우리에게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바람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하며, 잠시 멈춰 서 있는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혁신에 몰두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미래'가 아닌, '만들어 갈 미래'를 선택하는 최고의 전략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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