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양산 물금신도시 내 화물 주차장 부지를 시에 무상 제공하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당시 양산시 교통과 류영국 교통행정 계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양산신도시 내 심각한 화물차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LH의 주차장 부지를 할애받는 게 최선인데 지주가 난색을 표하니 달리 뾰쪽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순간 포기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양산신도시 도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물차 불법 주정차로 인한 주민 불편과 빗발치는 민원을 떠올렸다. 본인이 조금만 고생하면 이 같은 민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데 지금 와서 물러서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관련서류를 들고 LH양산사무소는 물론 창원 LH 경남본부까지 직접 찾아가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상관인 김영철 교통과장도 발벗고 나서 진주의 LH 본사를 방문해 화물주차장 조성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시 정장원 안전도시국장은 수시로 관계자 회의를 열고 추진상황을 점검하며 전략을 짰다. 정 국장은 양산신도시는 LH가 조성한 만큼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도 화물 주차장이 절실하다는 논리를 폈다.

LH는 결국 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양산신도시 내 부산도시철도 증산역 인근 화물차 주차장 부지 1만9334㎡의 무상사용을 승인했다. 제3자 매각 시 되돌려 준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시는 100억 원 상당의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 정도 부지면 200여 대 규모의 화물차 주차가 가능해 양산신도시 내 화물차 불법 주정차에 따른 불편을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례는 지자체 공무원의 업무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당시 담당 공무원이 지주인 LH의 거부에 지레 포기했다면 양산신도시는 화물차 불법 주정차로 계속 몸살을 앓고, 시는 따로 시 예산을 들여 화물차 주차장을 조성하는 등 경제적·물리적 비용이 상당했을 것이다.

양산시는 이번 사례를 거울삼아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업무에 열성을 다하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한다. 공무원의 열정은 행정 서비스의 강화로 이어져 주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예산도 절감하는 등 여러 좋은 결과와 이익을 창출한다.

따라서 탁월한 성과를 낸 공무원은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도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공무원들이 애착을 갖고 업무에 전념하게 돼 이번 같은 사례가 다수 발생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나동연 양산시장이 지난달 초 정기인사에서 승진 서열에 들지 않은 직원을 과감하게 발탁 승진시키는 등 능력 위주의 인사를 정착시키겠다고 천명한 점은 고무적이다.

직원들의 업무 열정을 고취시켜 이번 화물 자동차 주차장 유치 건과 같은 수범사례를 다수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나 시장은 말로만 그치지 말고 세부 규정을 만들어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구두선에 그친다면 제2, 제3의 김 계장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열심히 일한 만큼 정당하고 공정한 대가가 따를 때 직원들은 신이 나서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정착되면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양산시청의 내부 청렴도도 향상되는 등 행정이 신뢰를 받게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사회2부 부장 sr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