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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스마트폰과 지적인 인간 /김대경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2-19 19:35:0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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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보다 따뜻했던 겨울의 끝자락에 다다르고 있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긴 방학을 마치고 개학 준비에 분주하면서 한편으로는 속 시원한 마음도 들 것이다. 짐작건대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겨울방학 동안 어려움을 겪은 것 중의 하나는 스마트폰과 관련 있을 것이다. 방학 동안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자기 방에서 스마트폰에 빠져 손팅에 열중인 자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탄하는 부모, 보다 정확하게는 엄마의 모습은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스마트폰 이용을 두고 아들과 엄마의 숨바꼭질 눈치싸움은 비단 필자의 가정에만 일어나는 상황이 아닐 것이다. 학기 중에도 주말 동안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두 아들의 스마트폰 이용과 게임을 효율적으로 감시하면서 한 페이지라도 책을 더 읽게 하느냐는 것이다. 곤혹스러운 것은 쌍방의 인내 속에서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이 깨지면서 그 불똥이 나에게 튀는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누구를 일방적으로 편들기도 모호하고 명색이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론적인 지식과 접근 방식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년 여성가족부가 진행한 인터넷 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는 학령전환기(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청소년 중 20만여 명이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에 속해 있다고 밝혔다. 위험사용군의 청소년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으로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으며 금단현상을 보이기도 하기에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 나아가 보고서는 디지털 중독 매체는 인터넷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초등학생 4학년들 중에 중독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통계는 이용률과 속도에서 인터넷 강국이라는 우리 사회 디지털 문화의 어두운 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이용과 의존이 우리 자녀들에게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까?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하기보다는 책 읽기를 원한다. 독서가 사랑하는 자녀들의 지능을 높여 지적인 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오늘날 디지털 세상에서 소위 성공한 사람들이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한결같이 언급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적인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 카는 '유리감옥'이라는 책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에 바탕을 둔 자동화 기술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찰하면서, 우리가 오히려 기술에 종속되어 지적인 능력이 저하되는 상황을 경고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모든 정보는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언제 어디에서든지 우리는 필요한 사안에 대해 접근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인지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운전 시 내비게이션이 들려주는 지리 정보를 따라가기만 하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고, 친구와 가족의 전화번호를 굳이 외울 필요도 없다. 그러나 카에 의하면 인간이 기초 정보를 습득하고 처리하여 정제되고 고급 지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뇌가 수행하는 별도의 지적인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자녀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이용 과정에서는 이러한 인지적인 노력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알고리즘을 통해 체계적으로 배열 정리한 데이터를 맹신하면서 자발적인 수고와 노력은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아날로그 데이터인 텍스트를 읽는 독서의 과정은 객관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텍스트를 의미 있게 해석하는 과정에서 인지적인 개입의 여지를 보다 확대해 준다.

오늘날 청소년 세대는 흔히 디지털 네이티브로 일컬어진다. 디지털 문명의 축복 속에서 태어나서 그러한 기술적 혜택을 당연시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 덕분에 모든 정보와 인간이 전자적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의 잣대를 적용하는 규제 일변도의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와 교사의 감시와 통제가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스마트폰에 열중함으로써 중독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에 시각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의 문화적 영향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 주어야 한다.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지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발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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