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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다시 헌법을 생각한다 /정영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2-20 19:15:3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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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새해도 벌써 두 달 가까이 흘렀다. 작년 연말에 시작된 탄핵정국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정을 보면 아마도 3월 초에는 탄핵심판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심판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적어도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중요 이슈 중 하나가 헌법 개정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6·29 항쟁의 결과물인 현행 헌법이 시행된 지도 벌써 30년이 됐다. 21세기 국가 비전과 운영철학을 담기에는 현행 헌법은 다소 부족하다. 수술 시기가 문제이지 수술 자체는 꼭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최근에는 개정을 하지 않아 그렇지 급변한 우리 현대사만큼이나 헌법도 자주 바뀌었다. 1948년 헌법이 제정된 이후 1987년 9차 헌법 개정이 있기까지는 평균 4.3년마다 개헌이 이루어졌다.

헌법은 국가와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활 근본과 그 질서를 형성하는 근본법이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기본설계도가 헌법이다. 나는 집을 지어 보진 않았지만 주변 분들의 이야기나 소송을 통해 집짓기가 쉽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안다. 설계과정에서부터 건축주와 건축가가 집의 목적, 디자인과 비용 등을 두고 투덕투덕 다투며 집을 짓는다. 설계도가 완성된다고 끝이 아니다. 집을 실제로 올리는 과정은 또 얼마나 어려운가. 헌법 개정은 그 자체가 쉽지 않고, 건축주인 국민과 설계를 담당할 건축사인 정부나 국회가 헌법에 어떤 가치를 담을지, 합의된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해야 한다는 점에서 집 짓는 과정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그런데, 현재의 헌법 개정 과정을 보면 두 가지 점에서 우려스럽다. 먼저 개헌논의 과정에서 국민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10월 24일 2017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주도의 개헌 의사를 밝혔으나, 정부주도 개헌은 최순실 사태와 함께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개헌은 국회주도 개헌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회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이미 활동 중이다. 벌써 열 차례나 전체회의를 열었고 두 차례 공청회를 했다. 대선과정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나올 때는 사실 어느 정도 개정안의 윤곽이 잡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개헌주체가 정부가 되든 국회가 되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들은 건축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국민이 배제된 헌법은 건축주와 상의 없이 건축사가 맘대로 그린 설계도일 뿐이다. 국민이 실질적으로 헌법 개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이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에 대하여 계속 보도해 국민의 귀가 되어 주어야 하고,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의견을 지속해서 국회에 알려 국민의 입이 되어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우려스러운 것은 헌법 개정 논의가 권력구조개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제를 할지 아니면 내각제를 할지, 대통령제를 한다면 4년 중임제로 할지가 현재 헌법 개정의 주된 이슈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헌법 개정의 쟁점과 방향'이란 세미나에서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중심제는 다양한 부작용과 권한남용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걸림돌"이라고 한 것도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대통령제를 규정한 현행 헌법의 폐해라기보다는 헌법을 무시해서 생긴 일이라 봄이 옳다.

건물을 지을 때 디자인보다 중요한 고려요소는 건물의 용도이다. 아파트를 영화의 전당처럼 지을 순 없다. 건축가의 욕심에 휘둘려 건물 본래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에 매달리게 되면 그 건물은 실패한 건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헌법은 전문에서 우리와 우리 자손의 안전과 자유, 행복을 위해 헌법을 개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10차 헌법 개정 역시 현재와 미래세대의 안녕과 행복이 그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 권력구조를 어떻게 짤 것인지는 이러한 가치의 하위개념에 불과하다. 오히려 헌법 개정의 목적을 생각할 때, 이번 개정헌법에는 통일, 빈부 격차, 4차 산업혁명, 인권과 환경 등과 같은 새로운 난제에 대한 해결책이 담겨야 한다.

국민의 적극적 참여로 '인간에 대한 예의'와 '통일 한국의 미래비전'을 담은 헌법 개정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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