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의 한 해는 크게 세 가지 일정으로 나눌 수 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마무리훈련이 이어지고, 다음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까지 포함해 1년을 꽉 채운다. 한 시즌을 돌아보며 본인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실력을 극대화하는 마무리훈련과는 달리 시즌 이전에 치르는 전지훈련은 선수들에게 차원이 다른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환경이 좋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하는데, 무엇보다도 훈련시설을 포함해 제반 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 새롭게 한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스프링캠프지는 최상의 그라운드 상태를 유지하면서 연습경기 등을 위해 여러 구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이 미국 애리조나 주를 거쳐 24일 입성하는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다른 팀과 경기를 치르면서 실력을 가늠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대규모 인원이 이동해야 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감독과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뿐만 아니라 1.5군까지 함께하는 선수단도 인원이 많으므로 최대한 불편함을 줄여야 한다. 30~40일을 머물기에 숙식 해결도 큰 숙제다. 2000년대 초반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롯데는 구단 담당 요리사를 미리 파견해 최상의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만큼 스프링캠프는 선수들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실 시즌 전 진행되는 스프링캠프에서 이렇게 대규모 인원이 체계적으로 훈련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필자가 직원으로 롯데에 몸담고 있던 당시에는 전지훈련에 참여하는 인원이 채 30명에도 못 미쳤다. 요즘은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전부터 모교를 찾거나 개인훈련을 해 전지훈련지에서 몸 상태를 완성한다. 전지훈련지를 대개 따뜻한 외국으로 선정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날씨가 따뜻한 곳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면서 부상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20도 이상을 유지하는 따뜻한 기후에서 훈련을 시작해 선선한 일본을 들렀다 국내로 들어오면 적응하는 데 적당하다.

스프링캠프 일정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보통 4일 훈련하고 하루 휴식을 취하는데, 전체 선수단 훈련에 앞서 타격 코치와 함께 특별타격훈련조, 즉 특타조가 등장한다. 특타조는 대개 베테랑이나 팀의 고참이라고 해서 예외도 없다. 간단하게 몸을 풀고 나면, 오전에는 주로 수비 훈련을 진행한다. 각 수비수가 맡은 해당 누를 비울 때 다른 선수들이 판단해야 하는 베이스 커버, 상대 주자가 진루하다가 중간에 멈췄을 때를 가정한 런다운 상황, 주자를 다음 누로 진루시키거나 기습적으로 시도하는 번트에 대한 수비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다. 밤에도 훈련장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투수들은 수건을 활용해 섀도 피칭에 나서고 야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늘 전지훈련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던 롯데는 올해 또 하나의 호재를 맞았다. 스프링캠프에서는 팀 분위기를 이끄는 선배들이 중요한데, 초반 이대호가 합류하면서 많은 도움을 줬으리라 본다. 필자가 아는 롯데 신임 주장은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시즌이 개막하면 덕아웃에서 리더가 될 이대호 주장이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도 전수하고, 선수단의 전체 분위기도 잡아주는 역할을 잘 수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프링캠프는 한 시즌 성적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시즌 중간에도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는 선수들은 대개 동계 훈련을 착실하게 준비한 경우가 많다.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 보약을 먹듯이, 롯데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잘 활용해 나아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길 바란다.

KNN 야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