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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봉 칼럼] 사활의 맥, 세계 물류거점

BPA 해외투자 대책, 정부 실행은 감감

글로벌 물류전쟁 가열, 언제까지 손놓을 건가…때 놓치면 기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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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해운과 다시는 거래하지 않겠다. 한진해운이 아니라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월마트가 한진해운 미주영업팀에 보냈다는 이메일 내용이다. 파장이 커지자 현대상선, 월마트가 나서 화물 운송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메일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일단 접어두자. 문제는 국가 신뢰도의 훼손이다.

한진해운이 창립 40년 만에 파산했다. 지난해 9월 법정관리 결정 이후 다섯 달 보름 만이다. 신뢰를 쌓는 데 40년, 무너뜨리는 데 불과 5개월이었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으로 지난해 해상운송 수지는 6000억 원 적자였다. 통계 작성 이후 첫 기록. 2015년 43억 달러 흑자였으니 1년 만에 48억 달러 이상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부산항 역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물량이 감소했다.

이제 한진해운은 과거에 묻혀 버렸다. 왜 4000억 원 때문에 수십 조, 수백 조 원 가치의 해운업을 버렸느냐. 그런 따짐은 부질 없다. 문제는 앞으로다. 세계 물류 전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냐. 그게 초점이다. 한진해운의 90여 척을 메우는 건 당장은 불가능하다. 현대상선이 올해 5척을 발주하고 SM상선이 내년까지 21척을 운행한다지만 역부족이다. 국가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일단 한국은 자원 빈국이다. 수출 의존도가 무려 43.4%로 미국의 6배, 일본의 3배나 된다. 수입 비중까지 합치면 82.2%. 세상에 이런 나라는 없다. 내수 비중을 늘리면 좋겠지만 가계빚이 너무 많다. 게다가 서비스업이 낙후돼 쉽지 않다. 내수가 늘기 전엔 결국 수출뿐이다.

수출은 기술력, 가격의 경쟁력에 좌우된다. 좋은 제품을 싸게 팔아야 가능하다는 이야기. 제조업 분야를 제외하고 나면 물류가 경쟁력의 초점이다. 주문한 물건을 제때, 싸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부산항을 드나들던 배가 중국, 일본으로 옮겨가면 운송비가 비싸진다. 이래가지고서는 수출로 먹고살기 힘들어진다.

답은 부산항만공사(BPA)에 있다. 우선은 부산항 선석 확보가 급선무다. 부산신항은 싱가포르 PSA, 아랍에미리트 DP월드 등이 부두 운영권을 행사한다. PSA, DP월드는 물론 중국 SIPC, 홍콩 HPH, 덴마크 APMT는 자국 항만을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의 주요 항만 터미널 운영권을 수십 개씩 갖고 있다. 항만공사나 민간 투자사로 나뉘는데 자산만 수십 조로 우리완 딴판이다. LA항만공사는 항만은 물론 공항까지 운영한다.

반면 BPA는 부산신항 5부두의 9%만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 사태 때 부두 간 협업이 안 돼 애를 먹었다. 한진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도 옆 터미널을 활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북항도 공동운영을 위해 BPA가 지분 참여를 하려 했으나 정부의 거부로 무산됐다. 해외 터미널 확보는 고사하고 부산항 지분 확보도 어려운 상태다. 손발을 묶어 놓고 어떻게 달리라는 것일까.

부산신항 배후단지의 본래 목적은 물류 창출이다. 한데, 단순 창고업으로 전락했다. 부산항의 부가가치가 6조 원가량으로 싱가포르, 로테르담, 상하이의 절반도 안 되는 게 다 그런 탓이다. 이곳은 비즈니스 쇼룸 전환이 가능하다. 전시, 판매 시설로 바꾸면 새로운 물류가 일어난다. 인근에 국제물류단지도 있고 하니 시너지가 기대된다. 때마침 이케아 등이 입주를 타진한다니 여건도 괜찮다.
물류 경쟁력의 핵심은 BPA의 자율성에 있다. 본래 BPA는 투자사 육성이 목적이었다. 이것이 단순 항만 관리업으로 전락해 버린 상황이다. 부산항 투자도, 해외 항만 투자도 자율성이 없으니 불가능한 상태다. 500억 원 이하 사업도 정부 협의를 거치게 돼 있어 대부분 제동이 걸린다. 민간투자사업 형태는 법 규정에 없으나 정부 지침에 묶여 할 수가 없다.

세계는 지금 '물류 전쟁' 중이다. 머스크, MSC의 2M은 물론 중국, 일본 등 각국은 해운사 덩치 키우기에 올인한다. 컨테이너선 증가율이 물류 수요 증가의 배나 되니 치킨 게임이 한창인 것이다. 여기서 나가떨어진 게 한진해운이다. 터미널과 물류센터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이들이 세계 판도를 장악하고 나면 그때는 끼어들 틈조차 없다.

한국이 물류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부산항은 물론 세계 주요 항만의 지분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게 BPA의 투자사 전환. BPA의 손발을 동여맨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의 족쇄를 풀어야 경쟁대열에 낄 수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항만공사의 국내외 터미널, 물류센터 인수 등 물류거점 확보 방안이 포함돼 있다. 한데,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BPA도 로테르담 등에 물류센터 건립을 검토 중이지만 그 정도로 될까 싶다.

지금 이대로라면 부산항이, 한국 해운물류가 2류로 전락하는 건 시간 문제다. '냉철한 판단은 천 번의 회의보다 낫다'고 했다. 정부가 결단을 내릴 시점이다.

논설고문 aiwi@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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