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원은 해상에서 발생하는 각종 해양사고와 분쟁을 전담한다. 해사법원 설립의 중요성은 몇 년 전부터 논의됐지만, 현재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세종시에 있는 관계로 바다와 동떨어진 내륙지방인 대전고등법원에 해난사건 전담재판부가 구성되어 있다.

지난달 7일 부산시청에서는 '해사법원 설립 및 부산 유치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부산에 해사법원 설립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함께 힘을 모을 소중한 기회의 장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국내 해사법원 설립의 필요성과 해사법원이 반드시 부산에 설치되어야 하는 이유를 따져본다.

첫째, 해사법원 설립은 해양강국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 해사법원은 선박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선박의 건조, 운송, 매선, 용선계약, 해상보험, 선박의 충돌 및 유류오염, 선박 가압류, 해난 사고·구조 등 선박과 해운에 관련된 사건사고 및 분쟁을 아우른다. 특히 국제규범성이 인정되기에 선박과 관련된 계약자들의 이해가 상충되는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준거법의 적용을 받는다.

예를 들어 갑과 을이 선박의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각 나라의 법이 달라 준거법 적용을 영국법령으로 지정하게 되면 이와 관련해 발생하는 법적 분쟁을 영국법령과 법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현재 영국 이외에도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에서도 해사법원을 설립하고 국익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對一路 )정책과 이어도를 포함한 남중국해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해양굴기를 국가의 핵심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까지 10개의 해사법원 설립과 30여 개의 지원을 설립해 해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고객 및 선주사와 중국의 준거법을 적용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후 분쟁이 발생한다면 중국의 해사법원에서 우리나라의 선사(조선소 등)와 국민이 재판을 받을 날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둘째, 국민의 법률적 서비스 확대에 기여함은 물론 국익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해사법원의 부재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해사분쟁에 국민적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함에 따라 해외로 유출되는 비용은 연간 3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는 더는 이러한 현실을 방관하지 말고 법률서비스 확대를 통한 고객만족의 실현과 함께 국익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더 나아가 해사법원의 설립과 다양한 사건의 적극적 유치가 국익을 창출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재판의 관할권과 심급(審級) 등 사건의 수를 생각해 해사법원의 설립을 망설이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먼저 해사법원을 설치하고 난 이후에 재판의 관할권과 사건의 수요창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은 중국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셋째, 해사법원은 해양클러스터와 선박금융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부산에 설치되어야 한다. 부산항은 이미 동북아 물류 허브항만으로서 세계적인 명성과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영도구 동삼동에 해양클러스터가 조성되어 부지 내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한국해양대학교 등이 있다. 더불어 부산경남의 대표산업인 조선업은 물론 한국선급(KR)과의 연계도 가능하다.

부산은 선박(해양)금융과 보험기관 등을 하나로 묶어 해양지식서비스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주변요소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부산은 또 고등법원이 있는 5개의 도시(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중 유일한 해양도시이며 부산대와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해양법 전공이 개설되어 해양전문 법조인 양성이 가능하다. 한국해양대와 부경대에서 우수한 해양·수산 인력을 확보하여 해사법원의 조사관 및 심판관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어 있다.

결국 동북아의 허브항만으로 자리 잡은 부산항이 갖춘 국제적인 경쟁력과 해양클러스터에 입주한 다양한 기관들의 협력 및 선박(해양)금융 등 다양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해양도시 부산에 설치되어야 중국의 상하이 등과 같이 해양도시에 설립된 해사법원들과 경쟁할 수 있다. 해사법원의 설치를 행정적인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국내 수요자 및 국제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포석을 놓을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해기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