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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사면초가(四面楚歌) /황영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3-12 18:49:0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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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인근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부침이 심했던 우리였지만, 이렇게 힘든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미국과는 트럼프가 주창하는 경제적 민족주의의 여파로,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과거사 갈등으로, 중국과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보복 문제로, 우리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 있다. 더군다나 공사를 구별하지 못한 대통령 때문에 생겨난 정치적 위기상황, 탄핵의 여파는 이러한 위기를 배가시키고 있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좌충우돌은 이미 예견된 바 있다. 그가 주장하는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은 당연히 국익 우선이다. 세계평화와 안정에 대한 미국의 기여보다는, 직접적인 국익 추구가 우선이라는 트럼프의 정책에 우리나라 무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재검토이다. 며칠 전,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의 위원장인 나바로라는 사람은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 두 곳을 들면서 이들 기업이 '무역 사기'를 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골적으로 한국 기업과 경쟁 위치에 있는 미국 기업 감싸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두 국가의 갈등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이 문제이겠지만, 실은 우리 정부가 그 갈등을 자초한 면이 많다. 대(對)중국 동맹 강화라는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미국 측 요구에 국내 당사자 의견 및 여론을 감안하지 않고 행해진 위안부 합의는 지금의 불편한 한일관계의 근원이 되고 있다. 하기야 자신의 얼굴과 머리 모양에 정신이 팔린 대통령이라는 분이 이 합의의 의미와 파장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고민했을까?

며칠 전, 전격적으로 행해진 사드 발사차량 배치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사드 배치가 북한에 대한 대응보다는 중국 견제용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바 있다. 이 미사일의 배치는 한미일 삼각군사협력이자, 미사일 방어망에 들어가는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북한 미사일 대응용이라 국민을 속이려 한다. 그렇다면 왜 중국이 그렇게까지 난리를 치는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분은 자신이 마치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인 양 사드 장비의 기습 반입을 결정했다. 중국의 한국기업에 향한 테러에 가까운 제재, 자국민의 한국 관광 축소 등의 보복에 대하여 그분은 도대체 어떤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의 전통적 우방인 미국은 이 문제를 한국의 안보 문제라며 딴전을 피우고 있다.

국제정치이론에 투레벨 게임(two-level games)이라는 이론이 있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의 국제정치학자인 로버트 푸트남(Robert D. Putnam)이 제안한 이 외교정책 결정이론은 특정의 국제협상을 위해서는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설득이 우선되어야 하며, 따라서 국제 협상은 국내정치와 절대로 분리되어서 생각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주요 논점이다. 즉, 이 이론은 각 국가의 외교정책 결정에 국내정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푸트남은 80년대 무역협상에서 미국 정부가 상대방 국가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자본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사실을 토대로 이 이론을 정형화시켰다. 이 이론을 적용할 때, 트럼프는 분명 투레벨 게임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을 지지해준 백인 육체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처럼 보이는 외국 기업을 비난하고, 멕시코 불법이주 노동자들에게 날을 세우고 있는 점이 그러하다.

이제 우리 내부적으로 이 이론을 적용해 보자.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는 국내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구체적으로 그 이해를 구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이들을 보살피는 여성단체들과 어떤 교감도 없었다고 전해진다. 무엇보다도 보상금 지급으로 귀결되는 이 합의에 국민 여론이 등을 돌린 상태이다. 위안부 할머니, 관련 여성단체, 국내 여론 등을 살펴 위안부 협상을 천천히 진행했다면 이러한 참담한 국면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사드 배치의 핑계가 되는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차기 정권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어 사드 배치 가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했다.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이 사면초가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부산외대 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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