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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응답하라, 1988' 덕선이 아버지와 '다복동' 사업 /김경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3-19 19:25:03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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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남부민동에 혼자 사는 65세 이모 씨. 부인과 사별한 지 오래인 데다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그는 이웃과 소통도 단절한 채 어두운 방 안에 혼자 누워 있는 것이 일상이었다. 자녀들이 있지만, 어쩌다 가끔 들를 뿐 연락처조차 모른다. 방충망도 없어 무더운 여름에 창문도 열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희망의 끈을 놓은 채 살아가는 그를 수도검침원이 발견했다.

검침원의 연락을 받은 남부민동 주민센터는 이 씨를 도와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보건소 방문간호 서비스와 연계해 그의 건강상태부터 체크했다. 마을지기 사무소와 협력해 집안 곳곳을 수리하고 건강보험공단에 연락해 장기요양 서비스도 신청했다. 송도노인복지센터에 등록해 밑반찬 지원 서비스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꺼리던 그였지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자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제는 동네 산책도 다시 시작하게 됐다.

'다복동' 사업이 진행되는 일선 현장의 모습이다. 부산발 복지혁명으로 불리우는 '다복동' 사업은 '주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는 복지동(洞)'이라는 의미이다. 기존의 동 주민센터에 복지기능을 강화해서 복지상담,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민·관협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웃이 이웃을 돕는' 주민참여형 복지공동체를 만드는 사업이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고 한다.

다복동 사업을 주도하는 곳은 동 주민센터지만 사실은 동네 모든 주민이 이 사업의 주체이자 주인공이다. 위 사례에서 보듯 서구 남부민동에서는 전기와 수도, 가스검침원은 물론 슈퍼마켓과 여인숙 주인, 요구르트 배달원 등 모두가 복지 천사 역할을 한다. 수영구 수영동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소 45곳이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발 벗고 나서고 있고, 본인들도 기초 수급자이면서 젊은 시절 전기제품 수리 일을 했던 실력을 살려 '맥가이버 삼총사'를 결성해 이웃을 돕고 있다. 가슴 따뜻한 일들이 지금 부산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심화, 1인 가구 급증 등이 진행되며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저소득 또는 빈곤과 결합된 미취업 청년층, 만성질환과 노화가 겹쳐 진행되는 노인 단독가구,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다문화 가정 등 새로운 취약계층도 늘고 있다. 그런데도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위기 가구가 적지 않다. 기존 복지공급 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소리다.

과거 사회복지의 주된 기능이 절대빈곤에 대한 물질적 지원이었다면 이제는 빈곤선 아래에 있는 주민들을 포함해 고령자나 장애인, 홀몸생활자에 대한 주민 생활지원이라는 광의의 영역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 보호' 기능이 급속히 약화됨에 따라 복지행정은 이제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총체적 돌봄'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부산시는 2015년부터 다복동 사업을 시작해서 올해 안에 지역 내 전체 205개 동 가운데 192개 동까지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이면 부산의 모든 동이 참여할 수 있다. 시는 이 사업을 빠르게 확산시키기 위해 각 동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 차량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인력은 고용노동부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과 연계, 시니어 전문 인력을 채용함으로써 노인 일자리 문제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을 찾았다.

시는 민선6기 대표 복지사업인 다복동 사업을 기존 복지 분야에만 한정시키지는 않으려 한다. 동 주민센터가 주민의 건강지표 향상은 물론 도시재생 문화 주거환경 등 모든 분야에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다복동 사업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이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 무엇보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예전에 방영됐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본다.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택이 아버지를 구한 사람은 옆집 덕선이 아버지였다. 다들 바쁘게 사느라 잠깐 잊고 있었을 뿐,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사회는 우리 전통의 미덕이다. 더는 홀로 고통받으며 외롭게 살아가는 이웃이 없도록 시민 모두가 덕선이 아버지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부산시 사회복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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