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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정치인과 명예박사학위 /원성현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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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4-03 20:10:0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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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한 번씩 투정부리던 것도 다 지나가고 4월이 되면서 이제 완연한 봄이 우리 곁으로 찾아온 듯하다. 평소 같으면 1년 중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을 텐데 갑작스럽게 다가온 대통령 선거로 인하여 불행하게도 올해만큼은 봄 정취를 느긋하게 향유할 여유가 없다.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각 당의 후보와 유력 정치인들의 면면을 인터넷 사이트 인물 검색을 통해 들여다보니 학력 중에 명예박사학위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학위제도 중 명예박사학위라는 제도가 있었음을 오랜만에 상기했다. 명예박사학위는 박사학위 과정이 설치되어 있는 대학에서 학위과정에 필요한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학문·문화·예술 등 사회의 각 분야에 긍정적인 공헌을 한 사람에게 특별히 학위를 수여하는 제도로,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수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서울대학교가 맥아더 장군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것이 첫 번째 기록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그런데 평소 궁금하게 생각했던 문제가 불현듯 떠올랐다. 문제는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의 학위를 받기 전 모습과 받고 난 이후의 삶이 모두 명예로워야 할 텐데 과연 지금까지 대학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의 삶이 정말 명예로운 삶이었냐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인원이 우리나라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는지 통계로 알아보지는 않았으나 직관적으로 봤을 때 인원은 수천 명에 이르는 듯하고, 대상자의 유형은 정치인 또는 관료 그룹의 수가 가장 많아 보였다. 그다음이 경제인, 종교인 순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인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발전기금이나 건물을 기증하는 식의 경제적 후원을 이미 받았거나 향후 그럴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리라.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이고, 기업의 후원은 대학 발전을 견인할 수도 있으니 도덕적으로 잘 살아온 경제인을 대상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종교인의 경우는 대부분 일관된 삶의 모습을 견지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모습이 명예박사학위를 받을 만하다면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있으므로 이 역시 문제 삼을 여지는 없다.

여기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정치인 또는 관료 그룹이다. 대학은 왜 그 대학과 크게 상관도 없어 보이는 정치인 또는 관료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일까? 혹시 남모르게 이전에 이미 신세 진 것에 대한 보답이나 앞으로 신세 질 것에 대한 보험의 의미는 아닐까? 사람에 대한 평가는 죽고 난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비로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살아 있는 사람의 현재 드러난 모습만으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다면 그 사람의 면모가 바뀌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특히 조삼모사(朝三暮四)를 일삼는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더욱 그러하다. 일련의 과정과 엄격한 논문심사를 통해 학문적 성과에 대해 박사학위를 준다면 할 말이 없지만 앞에 '명예'라는 단어가 버젓이 들어가 있으니 하는 말이다.

우리 사회가 병들어 있을 때 깨어서 구성원들을 계몽해야 할 진리와 양심의 전당인 대학이 오히려 정치권이나 공직사회와 이런저런 고리를 만들어 은근히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 사태를 맞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강요하면서도 그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도덕 불감증 때문 아니었던가! 현역 시절의 공로를 인정하여 은퇴한 정치인 또는 관료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어쩌면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러나, 내심 기대하는 바가 있어서 현직에 있는 대통령이나 거물 정치인들에게 명예박사학위를 남발하는 것은 이제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교상의 이유로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인들 또한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그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면 당연히 정중히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이후라도 명예를 잃을 만한 충분한 잘못을 한 사람으로부터는 당연히 학위를 취소해야 할 것이다. 과거,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대학은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으나 훗날 부정부패와 독재를 일삼는다는 이유로 명예박사학위를 취소했다. 우리라고 못하란 법 없다. 대학은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이지 않은가!

부산가톨릭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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