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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바닷모래 웅덩이에 빠진 어민 /정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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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4-10 19:36:4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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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3월 18일 통영시청 별관에 매물도 주민, 붕장어와 멸치를 잡는 어업인, 해양수산 전문가 등 300여 명이 모였다. 부산신항만주식회사에서 공유수면 바닷모래 채취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바닷모래 채취 계획을 발표하려 하자 격앙한 어업인들은 "설명은 필요하지 않으며 질문만 하겠다"고 해서, 먼저 전문가들이 질문을 하려 하자 "또 서로 짜고 하려면 때려치워라"고 고함을 쳤다.

처음 남해 바닷모래를 채취하겠다는 해역은 거제도 남쪽 10㎞, 통영시 매물도 동쪽 10㎞로서 행정구역으로는 거제시에 속한 곳이었다. 150만여 평의 면적에 있는 4000만 ㎥의 모래를 48개월간 채취해 약 60㎞떨어진 부산 가덕신항만공사의 매립재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바닷모래 채취사업의 기대효과로 제시된 것은, 신항만 매립재를 근거리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함으로써 국가기반시설인 항만의 적기 건설 및 물류비 절감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해저 부존자원의 발굴로 고용 유발 효과를 높이고, 지방재정 수입 증대로 수산자원 조성 및 어민복지사업 투자재원을 확보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얼토당토않은 궤변이었다.

필자도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해 질문했다.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신항만사업계획에는 전남 신안의 모래를 운송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갑자기 변경한 이유', '매물도 해역의 모래는 낙동강에서 흘러와서 퇴적됐는데, 낙동강 하구언 설치로 인해 향후 모래의 지속적인 퇴적이 불가하니, 채취 후 복원 계획은 있는지' 등을 질문하자 대답을 회피했다. 이후 어업인들의 강력한 항의로 공청회는 무산되어 버렸다.

남해안 바닷모래 채취 관련 사태는 이렇게 시작됐다. 며칠 후 신항만 관계자가 찾아와 매물도 바닷모래 채취는 해양생태계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백지화하며, 향후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의 바닷모래를 채취할 계획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EEZ 해역의 해양생태 및 수산업적인 중요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결국 부산신항만공사는 바닷모래를 퍼 갔다.

이후 2008년 정부조직 개편으로 해양수산부가 없어지고 국토해양부가 발족하면서 해양생태 환경은 뒷전에 두고, 1998년 부산신항만 건설용으로 추진되어온 바닷모래 채취허가가 민수용으로 전환되면서 4차례나 연장됐다. 8년간 무려 6200만 ㎥의 EEZ의 바닷모래를 채취했다.

바닷모래 채취 시 문제점은 이미 많이 보도됐기에 여기에서는 해결방안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국책사업과 민간 건설에 사용될 골재 수급 로드맵을 신속히 수립하고, 장기적으로 골재 채취원을 다변화하며, 먼저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강모래를 건설 자재로 사용해야 한다. 둘째, 바닷모래 채취에 의한 해양환경 및 어업피해조사를 어업인의 참여하에 시행하고 정확하게 분석한 뒤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셋째, 바닷모래 채취 허가권과 단지 지정관리권을 해양수산부 산하로 완전히 이관해야 하고, 과거에 있었던 해양수산부의 바닷모래채취심의회를 다시 설치해야 한다. 넷째, 장기적으로는 외국 모래를 수입함으로써 우리나라 육상과 해양의 모래를 보존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당시 공청회에 매물도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이 왔을까 궁금했는데, 매물도의 한 주민으로부터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과거 매물도 주변의 바닷모래를 채취해 간 적이 있었는데, 그 후 채취 해역에서 가자미·도다리 등 저서 어류가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바닷모래 채취를 반대하는 어업인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는 것이다. 흙마당에 조그만 구덩이만 파도 새로운 환경으로 바뀌는데, 바닷모래 채취 피해가 미미하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특히 바닷모래 채취 후의 급격히 변화된 해저 지형은 원상태로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어업인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으며, 통영시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에서 바닷모래 채취를 반대하는 의결이 이어지고 있으므로, 남해안 바닷모래 채취에 대한 빠른 해결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업인들은 작년에 환경부에서 발표한 '고등어 미세먼지'에 숨이 막혔고, 올해는 국토교통부의 '바닷모래 웅덩이'에 다시 빠졌다. "우짜모 좋겄노?" 정답은 어업인·전문가가 매스컴을 통해 제시했다. 이제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관련 산업·어업인 모두가 소통을 통해 지혜를 다시 모을 때이다.

경상대학교 해양식품생명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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