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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봉 칼럼] 손뼉은 두 박자, 스텝은 세 박자

쏟아지는 대선 공약들, 재원은 다 어디서 나나

한국병의 근원은 세금, 그 기울어진 운동장 이번에는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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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세금은 피를 흘리지 않고 살을 베내는 일'이라고. '베니스의 상인'에서 포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피 한 방울 흘리지 말고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도려내라는 명판결을 내린다. 둘의 이야기 구조는 상당히 닮았다. 세금은 고리대금이다. 그러면 좀 과한가? 또 이런 말도 있다. '정치가는 양의 털을 깎고 정치꾼은 껍질을 벗긴다.' 이러든 저러든 수탈 구조라는 이야기다.

세금 좀 걷는다고 당연히 피가 나진 않는다. 대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은 느낀다. 세금은 어떤 나라든, 이념이나 체제든 똑같이 적용된다. 햇빛이 비치는 곳이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한편으론 이슬 같기도 하다. 소리 없이 세상 곳곳에 내린다. 그렇게 보면 세금은 햇빛이요, 이슬이다. 햇빛과 이슬이 만물을 키우듯 세금도 온 백성을 고루 먹이라고 있는 것이다. 한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데 세금은 곧잘 역류한다.

대선이 진행되면서 갖가지 공약이 봇물이다. 단 하나는 쏙 빠져 있다. 세금이다. 온갖 공약으로 돈 들 일은 태산인데 정작 재원, 다시 말하면 세금 이야기는 입을 꾹 닫고 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거론해 봐야 득 될 게 없어서? 그렇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 자유는 절대로 공짜가 아니다. 당연히 세금이 붙는다. 공약도 공짜가 아니다. 결국은 내 호주머니의 돈이다.

정부란, 권력이란, 어찌 보면 역할이 간단한 것이다. 국가의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그게 전부다. 대한민국의 온갖 병폐, 한국병의 근원은 세금과 직결돼 있다. 빈부격차, 저출산, 계층·세대 간 갈등…. 이념적 대립조차도 알고 보면 세금 전쟁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의 분노라고 다를까.

부의 불균형은 간접세의 과다 징수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간접세는 재산세, 근로소득세 등 직접세와 달리 모든 상품 거래에 붙는 세금이다. 말하자면 고통 없이 오리털을 뽑는 기술이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세금이 똑같다? 그러니 부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밖에.

간접세의 폭발적 증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시작됐다. 1997년 부가가치세 도입이 그것이다. 수입 제품의 가격을 높여 대기업에 부를 몰아준 조치였다. 부의 몰빵이 되살아난 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였다. 2007년 48.3%였던 간접세 비중은 2013년 54.5%로 급증했다. 아버지와 딸로 이어진 서민 증세라…. 느낌이 묘하다.

간접세의 대표는 담뱃세다. 2014년 7조 원이던 게 2년 사이 12조4000억 원으로 77% 급증했다.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세로 5년간 감면 규모가 38조 원에 달했다. 종부세까지 합치면 한 해 9조 원에 육박한다. 담뱃세를 거둬 대기업 감세분을 메웠으니 기가 찰 노릇 아닌가. 유가가 100달러에서 20~50달러대로 떨어졌지만 세금은 오히려 늘었다. 한 해 26조 원가량으로 간접세의 주축이다.

직접세라고 별 다를 바가 없다. 지난해 법인세 총액은 51조 원으로 4년간 12% 늘었다. 근로소득세는 29조 원으로 무려 49%나 증가했다. 2013년 1인당 200만 원이던 근로소득세가 2년 만에 50%가 올랐다. 이건 오리털이 아니라 아예 껍질을 벗긴 모양새다.
지금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가계빚은 지난해 말 1344조 원에 달했다. 국가부채는 올해 45조가량 늘어 682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중 세금으로 메워야 할 적자성 채무가 58%로 급증 추세다. 반면 10대 재벌기업의 곳간엔 현금이 쌓였다. 기업의 현금 자산만도 62조 원에 달한단다. '손(損)이란 아래 것을 덜어서 위에 보태는 것이다.' 역경의 구절이다. 서민 증세, 부자 감세는 곧바로 손을 의미한다. 아래 흙을 파서 윗흙에 보태면 담은 반드시 무너진다. 언제까지 어리석음을 반복할 것인가.

자, 이제 어찌 할 것인가. 대선이 끝나면 복지예산이 봇물이다. 이미 32%를 넘은 비율이 더 늘어나면 과연 감당이 되겠는가. 동북아 정세로 국방비도 증액해야 할 텐데 말이다. 결국은 증세밖에 답이 없다. 증세하되 이번엔 좀 달라야 한다. 법인세, 종부세 인하만 철회해도 연간 8조7400억 원에 달한다. 대기업, 부자의 고통 분담은 불가피하다. 상위 10%가 부의 66% 독식, 하위 50% 자산은 2%. 모든 문제의 근원은 여기에 있다.

지금 이야기할 것은 아들 취업 의혹이니, 전 대통령 사돈의 음주운전 무마니 그런 게 아니다. 지금 핏대를 올릴 것은 조폭 동원이니, 1+1 취업이니 그런 것도 아니다. 결국 해야 할 이야기는 고통의 분담이다.

달리 말하면 능력에 맞는 과세가 된다. 손가락으로 바다의 깊이를 재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재원 조달 없는 공약 남발과 뭐가 다를까. 손뼉은 두 박자, 스텝은 세 박자, 이렇게 한번 박자를 맞춰 보라. 엇박자밖에 더 되겠는가. 돈 나올 구멍은 생각 않고 쓸 곳만 잔뜩 나열하는 대선 공약이 꼭 그 꼴이다. 이래서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논설고문 aiwi@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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