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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지방분권의 골든타임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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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 주최로 열린 재정분권 관련 5당 대선 공약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지방분권 이야기만 수년째 반복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을 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지방분권이 제대로 실현돼야 한다며 결의를 다졌다. 이념과 성향이 다른 5개 당의 지방분권 정책을 맡은 수석위원들도 이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그동안 총선은 물론 대선을 치르면서 지방교부세 법정률 인상, 지방소비세 확충 등을 포함한 지방분권을 공약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됐지만, 논의만 무성하고 성과는 없었다. 이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번 5·9대선을 준비하는 기간이 짧고 공약을 다듬을 시간도 부족해 대선 후보들이 지방분권에 소홀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수차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지방분권 논의가 축적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된 지방분권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몇 년 전 한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은 '부산이 대한민국의 수도'라고 가정하고 서울 출신 취업자들이 표준어인 '부산말'을 구사하지 못한다는 점을 개그 소재로 삼았는데, 부산이 고향인 기자로서는 인상적이었다. 그래, 만약 부산이 수도였다면? 부산 청년들은 취업 설명회, 대기업 면접을 위해 비행기, 기차를 타고 서울을 왔다 갔다하는 번거로움을 덜었을 것이다. 서울의 대학이나 직장에 다니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그리고 직장 생활 초반 몇 년을 부산에서 지냈던 기자도 '여기는 지방이니까'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평등하게 누려야 할 것들을 서울에 양보하고 그 권리를 주장할 생각조차 못 했다. 부산에 있을 때보다는 서울에서 근무하면서 서울과 부산,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오히려 더 체감하고 있다.

이번 대선 직후 개헌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라는 사실이 적시돼야 한다.

각 당 대선후보들은 방법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개헌을 통해 지방정부가 명시돼 지방으로의 권한 및 재정 이양이 이뤄지게 되면 중앙정부에 지방 관련한 부처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후보도 있고, 기존의 지역발전위원회를 예산편성권을 가진 행정위원회로 위상을 강화해 지방분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후보도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모든 선거에서 흔히 그렇듯 '지방분권'도 장밋빛 공약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각 당 전문위원들도 지방분권 현안 중에 공약에서 빠진 것들도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나중에 집권하게 되면 지방분권이 뒷순위로 밀려날 것을 우려할까. 토론회에 참석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번만큼은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대선 후보들로부터 지방분권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민·관·언 등이 주도하는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하는 후보자 간 서약식을 열고 지방분권형 개헌을 약속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에는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선거용으로만 넘어갔을지는 몰라도 이번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 후보들도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요구를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울 정치부 부장 tg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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