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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탈진실 시대의 가짜뉴스 /김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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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4-17 19:21:4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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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뒤로 하고 '장미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자기들의 정책과 이슈를 연일 발표하며 유권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 시스템 아래 진행되는 선거에서 미디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뉴스 미디어의 선거 보도를 통해 후보자의 인품과 능력, 정책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다. 그러한 정보를 토대로 정치적 태도를 형성하여 투표를 하고, 다수의 선택에 의한 최종적 결정은 권력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 그러나 작년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대선을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정치 의사결정 과정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예컨대, 미국 대선 과정에서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거나 '힐러리 클린턴 선거본부에 아동 포르노물과 인신매매의 혐의가 있다' 등 이른바 가짜뉴스(fake news)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광범위하게 유통되었다. 급기야 올해 하반기 총선을 앞둔 독일은 가짜뉴스의 유통을 방치하는 SNS기업에게 최대 5000만 유로(약 609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짜뉴스의 정확한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지만, 대체로 온라인과 SNS에서 정파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기사의 형식을 하고 유포되는 거짓 정보로 정의될 수 있다. 한편 가짜뉴스의 반대말은 진짜뉴스라고 할 수 있지만, 기존의 뉴스가 항상 참된 정보만을 전달해 온 것은 아니다. 가짜뉴스의 확산에는 기성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최근 언론진흥재단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언론보도나 지인 또는 인터넷을 통해 가짜뉴스를 들어본 적이 있으며, 직접 경험한 비율도 32%에 달했다. 그러나 간단한 실험에서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정확히 구별한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거짓 정보가 마치 참인 것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협이다. 정치적 혼란의 시기에 사람들은 의사 표현의 욕구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옹호하는 정보만을 수용하고자 하는 '확증편향'이 발생한다. 자신이 접하는 정보의 출처나 정확성은 이제 더는 중요하지 않다. 개인의 확증편향이 가짜뉴스의 수요를 창출하며 나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차별 확산시키는 심리적 기제로 작동한다.
지난 연말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은 2016년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했다. 정치 태도를 형성하는 데 있어 객관적 사실보다는 개인의 감정과 신념이 더욱 중요시되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 등으로 대변되는 스마트 미디어 생태계에서 누구나 정보 생산자이자 유포자가 된다. 가짜뉴스는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지닌 개인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살포될 수 있다. 선거 공간에서 사실적 정보를 토대로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적이고 편향적인 정보 선택에 의해 봉쇄된다. 최근 5·9대선을 앞두고 SNS공간에서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온라인 친구와 절교가 행해지고 있고, 단체 대화방에서는 황당한 가짜뉴스 내용을 두고 토론을 하다가 탈퇴를 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촛불시위가 북한 김정은의 사주를 받았다'는 시대착오적인 주장과 특정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 정보가 디지털 공간에서 뉴스 양식으로 짜깁기되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면 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디지털 뉴스 환경에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쏟아지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정파성에 입각하여 정보에 대한 선택적 인지와 지각을 하게 되는 것이 가짜뉴스의 자양분이 된다. 뉴스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적이고 참여적인 시각이 필요한 대목이다. 누구나가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탈진실의 시대에 우리 모두가 진실을 검증하는 주체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CNN이 제시한 가짜뉴스 구별법 항목 중 하나는 '자신의 확증편향을 인정하고, 지나치게 반갑고 믿을 수 없이 기쁜 기사는 한번 의심해 본다'이다. 이번 대선 공간에서 자기 스스로의 정치뉴스 이용 패턴을 점검해 보고 비판적으로 고찰해 보는 것이 첫걸음이 아닐까. 스마트 미디어 시대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는 현명한 뉴스 소비자의 자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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