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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석 칼럼] 깻잎 한 장, 눈물 한 방울

하루 할당량 1만5000장…이주노동자 노예같은 삶, 관련법 조속히 바꾸고 인간답게 대우해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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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에 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천근 같은 한숨이 내려 앉아 있고 눈물방울이 아롱져 있다는 걸 아는가. 지난 주말과 휴일 우리가 산과 들에서 삼겹살을 쌌던 바로 그 깻잎에도 어쩌면 캄보디아에서 온 꼰티아, 네팔에서 온 수스미타라마 씨의 눈물이 어려 있을지 모르겠다.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살이가 고통의 눈물로 얼룩져 있다는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물론 합당한 임금을 받고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이주노동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가 더욱 교묘하게 진화된 방법으로 노동을 착취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

부산·울산지역 46개 시민사회노동단체로 구성된 '밀양 깻잎밭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시민모임'이 공개한 실상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깻잎은 한 장, 한 장 사람의 손으로 수확한다. 농촌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이주 여성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는 대표적인 현장이 됐다.

깻잎 한 장 따는 데 이주 여성 노동자가 얼마 받는지 아는가. 3원이다. 당신이라면 하루에 몇 장을 딸 수 있을 것 같은가. 깻잎 한 상자에는 10장씩 묶은 100묶음, 즉 1000장의 깻잎이 담겨 포장된다. 숙련된 노동자가 하루에 10상자를 겨우 딴다고 한다. 그런데 이주 여성 노동자가 하루에 따야 하는 할당량은 15상자다. 깻잎 1만5000장이다. 숙련된 노동자도 못 따는 15상자를 어떻게 따서 채울까. 해답은 하루 10시간을 일하는 것이다. 분명 하루 근무시간 8시간, 휴식시간 3시간으로 계약했지만 그건 휴짓조각이나 다름없다. 농장주인들은 "화장실 다녀오고, 휴대전화 보고, 머리 만지는 시간은 쉬는 시간 아니냐"며 더 일할 것을 요구했다. 심지어 '허리 펴는 시간도 휴식시간'이라고 윽박지른다. 어떤 농장주는 점심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워 밭고랑으로 초코파이와 커피를 날라다 주기도 했다.

이제 깻잎 딴 임금을 계산할 시간이다. 3원짜리 1만5000장을 땄으니 하루 4만5000원을 벌었다. 한 달 중 쉬게 해주는 날은 하루 이틀에 불과하다. 28일 일 한다고 하면 126만 원이다. 새벽 6시부터 종일 꼬박 일해서 버는 돈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 호주머니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들은 농장주가 제공한 헛간보다 못한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잔다. 비만 오면 물이 새 쓰레받기로 퍼내야 한다. 겨울에는 난방이 되지 않고, 여름이면 더위, 모기와 싸워야 한다. 수도꼭지만 있는 샤워실은 온수조차 나오지 않고 칸막이가 없는 곳도 많다. 그런데도 농장주들은 1인당 월 20만~30만 원을 숙박비 명목으로 임금에서 착착 떼간다. 이렇게 해서 손에 쥐는 돈은 100만 원이 될까 말까다.
이주노동자가 더 나은 다른 일자리로 가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사업장을 바꾸려면 고용자가 동의해주거나 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근로조건 위반, 임금체납, 폭언, 폭행, 성희롱, 성폭력 등이 있더라도 말도 서툰 외국인 입장에서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고용노동청에 하소연해 보지만 근로감독관은 이들 편이 아니다. 이러니 농장을 옮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는 게 정확하다. 모두가 대한민국에서 제정한 법과 제도가 만든 쇠사슬이다. 노예계약이 따로 없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캐나다의 경우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숙소 점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섭씨 20~23.5도를 유지할 수 있는 영구적 난방시스템은 물론 변기와 샤워시설에 문 또는 샤워커튼이 설치돼야 함은 물론 안에서 잠금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항목까지 들어 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추운 날씨에 21.1도 이상 유지하는 난방 장치, 성별이 분리된 화장실, 1인당 9.29㎡ 이상의 수면 공간 등 세세하게 이주노동자의 숙소 기준을 정하고 있다.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눈물이 깻잎밭에만 흐르는 건 아니다. 남양주의 상추밭, 태백 배추밭, 청도 미나리꽝, 담양 딸기밭, 홍성 돼지농장 등 전국 곳곳에서 그들의 원성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외국인 200만 명의 시대에 약 2만8000명의 농업 이주노동자가 있다. 우리 역시 50년 전 독일 탄광의 광부나 간호사로 파견 가 외화를 벌어들인 아픈 기억이 있다. 10년간 무려 1만8000여 명이 그렇게 갔다. 독일은 당시 우리를 어떻게 대했던가. 그리고 우린 독일에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가.

2017년 오늘 이주 여성 깻잎 노동자의 삶에서 150여 년 전 미국 미시시피나 앨라배마 농장에서 목화솜을 따던 흑인 노예의 고통이 연상됐다면 지나친 상상인가. 귀국한 뒤 그들의 가슴에 한국이 피도 눈물도 없는 노동착취 국가, 반인권 국가로 기억되게 해선 안 된다. '깻잎 노동자' '상추 노동자' '딸기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주거환경과 노동조건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은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조문 몇 개만 고쳐도 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이 노예공화국은 아니지 않은가?

논설주간 so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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