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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산의 심장, 이너부산(Inner Busan) /엄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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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4-19 19:43:3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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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 가면 시나가와 구와 치요다 구가 있다. 도쿄만을 감싸고 있는 도쿄의 심장부이고, 긴자 니혼바시 신바시 오데마치 등의 도쿄 금융가와 기업 본사들, 그리고 외국회사와 중심상권이 다 이곳에 몰려 있다. 싱가포르에 가면 마리나베이와 센토사 레플스플레이스 오챠드가 연결되어 있다. 싱가포르 항구를 감싸고 있는 배후도시 지역이다. 요즘 들어 유명해진 마리나베이 카지노가 바로 이곳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있고, 항구와 이어진 싱가포르 강을 둘러싸고 차이나타운과 클라키라는 멋진 유람상권이 있어 늘 관광객이 즐비하다. 외국인들의 고가 주택도 이곳에 많이 있다.

부산에는 개항 이후 주요 도심을 이루어온 중구 동구 영도구 서구 남구 부산진구가 있다. 바로 부산항을 감싸고 있는 배후도시 지역이고, 현재 북항을 재생하고 있다지만 이전의 주거지와 도시구역은 아직도 지난 역사 속에서 오랜 잠을 자고 있다.

지금 도쿄와 싱가포르는 이들 지역이 초고층 건물과 복합상권으로 재생되느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금융과 문화 상업 교육 해양 국제교류의 중심지이고, 도시 행정의 중심부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이 비즈니스로 출장을 와도 이 지역에서 볼 일을 다 본다. 자연히 호텔들도 이곳에 있고 문화시설, 시내 교통, 고급주거지 등이 이곳에 몰려 있다. 그래서 잠시 다녀가는 관광객들도 이곳을 중심으로 머물다 간다. 부산의 항구 배후지역도 과거엔 이런 중심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적어도 30년 동안 산업체들은 이웃 도시로 빠져나가고, 주거지도 멀리 도시 외곽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부산의 중심부는 마치 심지 없는 촛불처럼 이들 지역이 힘이 빠진 도시로 변하고 말았다.

도시는 어떤 경우에도 지정학적 중심부가 존재해야 한다. 두 강이 흐르는 뉴욕은 맨해튼이 불변의 중심지역이다. 지금 맨해튼은 다음 백 년을 준비하듯이 맹렬하게 하늘로 치고 오르고 있다. 템스 강이 흐르는 런던의 페어웨이, 트래펄가 광장, 소호 등 시티구역이나 센 강이 흐르는 파리의 개선문과 샹젤리제, 에펠탑 주변은 누가 뭐래도 불멸의 도심이다. 독일의 함부르크,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모두 항구나 부두를 낀 도심이 중심부이다. 요즘 런던이나 파리의 수변공간들이 앞을 다투어 도시를 재생하고 있는데, 특히 낮은 건물로 도시가 평준화되어 있던 파리가 센 강변을 중심으로 높이 재생하고 있는 지역들은 아름다움을 뽐내며 방문자를 환상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제 부산은 다시 안으로 힘을 압축해야 한다. 속도가 빨라지면 머지않아 서울은 1시간 내로 이동하는 한 권역이 된다. 서로 대등한 도시구성을 갖지 못하면 서울의 배후가 될 수도 있다. 이미 대학교육만 해도 심각한 차이가 난다. 주거환경도 눈으로 보면 확연히 구별이 된다. 부산은 도심 내를 순환하는 교통시설도 없고, 전부 교외에서 교외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도심지역의 환상 기반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를 가보라. 그들은 도시를 살리기 위해 주요 건물 안으로 경전철을 집어넣어 도시를 연결하여 압축시키고 있다. 심지어 모노레일역이 민간건물 내에 있기도 하다.

부산은 천혜의 아름다운 항구이다. 이를 감싸고 있는 중구 동구 서구 영도구 남구 부산진구 일부는 배후에 산을 가진 자연 속의 도시구조이다. 어느 곳에 집을 지어도 웬만하면 부산 바다를 공유할 수 있다. 이제 이들 지역을 하나로 연결해 느린 이너부산(Inner Busan)으로 만들자. 전체를 산 위로 연결하는 느린 구름도로를 만들어 클라우드 네트워크라 하고 지하를 도시 전체로 연결해 빠른 차는 지하로 보내자. 지상은 시니어를 위한 느린 거리와 공원, 초고층 건물과 시장, 학교 극장 광장 전시장 공동작업장, 젊은이의 사회주택, 외국인 주거지 등을 만들어 모두가 공유하는 유 시티와 콤팩트 시티의 초융합 자율도시로 만들어 보자.

그리고 내륙으로 간 시청도 북항의 조도 부근인 공공기관부지에 세계인이 오고 싶은 개방형 별도 청사로 해양 시민청사를 하나 멋지게 만들자. 만일 한다면 이제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를 능가하게 짓고, 해양 시민청사에는 시민단체 사무실이 공용으로 사용되도록 만들어 주자. 그래서 초유의 시민용 융합청사를 꾸미자.

중구 동구 영도구 서구 남구 부산진구가 이렇게 다시 하나가 되어 내부에서 세계와 호흡하게 되면, 부산 전체는 이미 이전부터 잘 다듬어지고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는 동래구 금정구 연제구 수영구 사상구 사하구 북구 강서구 해운대구와 함께 45억 아시아인의 로망이 될 수 있다. 마치 런던이 유럽인의 로망인 것처럼.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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