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의 내로라하는 출판사들이 한바탕 판권 확보 경쟁을 벌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을 자사가 출간하기 위해서였다.언론 재벌로 널리 알려진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하퍼콜린스를 비롯해 CBS그룹의 사이먼&슈스터 등이 경쟁에 참여했다. 최후의 승자는 펭귄랜덤하우스가 됐다. 이 출판사는 6000만 달러(약 680억 원)를 판권료로 제시했다. 이는 미국 역대 대통령 회고록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이다.

오바마 회고록 몸값이 이처럼 비싼 것은 높은 대중적 인기 때문이다. 그는 임기 말이던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에서 56%의 지지도를 기록할 만큼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출판계에서는 퇴임 직전 지지율이 40% 수준이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200만 부 이상 팔린 점을 고려하면 오바마 회고록은 더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회고록 문화가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 대통령뿐 아니라 기업인이나 연예인 등 저명인사들도 회고록을 펴내는 일이 아주 잦다. 심지어는 일반인이 전혀 모르는 퇴직 특수부대 요원 등도 책을 쓴다. 그런데도 이를 찾는 독자가 적지 않다. 출신 성분이나 이념을 떠나 한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긴 인물을 높이 평가하는 미국인들의 정서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해석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회고록 논쟁이 뜨겁다. 발단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낸 회고록이다. 전 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임기 중 최초로 무역수지 흑자 전환, 첫 평화적 정권 이양 등을 자랑한다. 반면 '12·12'와 '5·18' 등에 대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철저하게 부정해 비난을 받고 있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은 대선 정국과 맞물려 충격파가 더 크다.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전 북한에 의사를 물어봤다는 내용이 담긴 까닭에 열린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진실공방이 거듭되고 있다.

회고록은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비사가 공개된다는 점에서 나름 소중한 가치를 갖고 있다. 또 역사적으로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있던 사람들이 직접 증언을 했다는 점도 무시하기 힘들다. 하지만 회고록은 자서전의 성격을 띤 책인지라 100% 객관성을 담보하기는 힘들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쌍방이 맞서면 진실은 오리무중이게 마련. 결국 남는 것은 독자의 판단이다. 어찌보면 이게 회고록의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