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은 불만이겠지만 이인제 전 의원과 정동영 의원에게는 '철새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이인제 전 의원은 당적을 무려 13번, 여기에 무소속을 포함하면 14번이나 옮겨다녔다. 그러면서도 6선 의원을 했으니 과연 '피닉제(불사조라는 뜻의 피닉스+이름 끝자)'란 별명을 얻을 만했다. 이 전 의원이 여당과 야당을 넘나든 반면 정 의원은 좀 억울한 측면이 있다. 몇 차례 당적과 지역구가 바뀐 건 맞지만 야당에서 여당으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옮긴 적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달갑잖은 오명을 뒤집어 썼으니 그에 대한 해명이 없을 수 없는 일. 이 전 의원은 "국민의 큰 여론에 따라서 움직이다 보니까, 또 나의 노선이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어려운 길을 많이 걸었다"거나 "정치적 노선은 변하지 않았다"고 적극 항변해왔다. 정 의원 또한 "나보고 철새라고 하지만 나는 정확한 노선을 가지고 날아가는 새"라고 억울함을 호소한 적이 있다.

요컨대 누가 뭐라든 자신만의 노선을 갔다고 하니 이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자. 하지만 이들 둘이 철새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정치 생명을 유지해온 것과는 달리 단 한 번 딴 길로 샜다가 엄청난 역풍을 맞은 정치인도 있었다. 한때 민주당 차세대 주자로 꼽히던 김민석 전 의원 경우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떠나 정몽준 후보를 선택하면서 정치적으로 치명타를 입었으니 정작 누구보다 철새 꼬리표가 억울한 건 김 전 의원 같은 경우겠다.

선거 때면 으레 철새 정치인이 있기 마련이지만 바른정당을 탈당해 친정으로 복귀하겠다는 12명을 향한 역풍이 예사롭지 않다. 정작 돌아가려는 자유한국당 친박계 등 일부의 반발로 당분간 오도가도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무엇보다 이들이 박차고 나간 바른정당에는 후원금이 몰려들고 온라인 당원 가입도 급증하는 등 응원 물결이 일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국민적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떠난다는 12명의 명분도 터무니없거니와 실리마저 못 챙기게 됐으니 역대 철새 중 이런 철새도 없다. 이들이 앞으로 일부 선배 철새처럼 질긴 생명력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어떤 정치 역정을 거치든 적어도 이런 꼬리표가 늘 따라다닐 것은 분명하다. '제 살 길만 챙기다 역풍 맞아 낙동강 오리알 신세된 12명의 철새'. 우리나라 철새 정치사에 이런 교훈 하나쯤 남기는 것에 위안이라도 삼아야겠다.

장재건 논설위원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