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5월, 가정의 달이 왔다. 해마다 5월이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경쟁하듯 보도가 많이 되었지만 올해는 모든 언론이 19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보도로 소홀한 듯하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15일 가정의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 일 년 중 가정에 관한 기념일이 가장 많아 가정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가정의 달'로 지정된 5월이 되면 자연스럽게 가족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인간은 태어나서 대부분 두 번의 가족을 경험한다. 자신의 선택권 없이 운명적으로 태어난 자녀로서의 출생가족과 자신이 원하는 배우자를 선택하여 결혼하고 부모로서 맞는 생식가족이 그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지위를 갖게 되는데 출생과 죽음까지의 인간발달 전 생애 과정 중 가족 내에서도 다양한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들과 딸, 남편과 부인,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가족이 확대되면 시부모, 장인·장모, 사위, 며느리, 동서 등이다. 한 사람에게 부여된 지위는 매우 다양하다. 그 지위에 따라 역할이 부여되고, 개인은 역할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 역할기대에 따라 수행하는 행동을 역할행동이라고 한다.

한 사회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이 각자의 지위에 따라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가능해지며, 인간이 건강하고 기능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인지하고 이에 적합한 역할행동을 하게 된다.

역할이 주어지면 당연하게 역할에 따른 책임과 의무 그리고 권리가 동시에 주어진다.

가족은 개인과 사회의 중간에 위치하는 집단으로 개인에 대해서는 개인의 욕구 충족에 영향을 주며, 사회에 대해서는 사회발전의 기초집단으로 다른 제도들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 양면적인 특성을 갖는다. 또한 가족은 개인의 역사와 사회의 역사가 구체적으로 만나는 장이기도 하다.

가족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족은 매우 익숙하고 친밀하기 때문에 우리는 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특성과 본질에 입각한 '나'로서의 발달과 상호작용을 통한 공동체 의식의 발달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끊임없이 추구되는 가치이다. 가족 속에서 개인성과 공동체성을 포괄하는 정의가 가족을 체계(system)로 보는 경우이다.

개인, 가족, 지역사회, 국가, 세계의 순서로 체계는 확장된다. 그 과정에서 개인에게 부여된 역할도 확장된다. 즉, 대한민국 국민으로 해야 할 역할이다.

오늘은 19대 대선일이다. 지난해 말부터 수개월 동안 많은 국민이 헌정사상 최초의 사태를 맞아 자신의 일상이 흔들리는 혼란과 심한 경우는 심리적 공황상태를 겪은 것 같다. SNS에 가짜 정보가 많이 떠돌고 있으며, 심지어는 언론의 보도를 믿지 말라고 하는 상황을 접하면서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를 가릴 수 없어 답답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러한 상황들이 안타깝고 슬펐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각자가 원하는 것이 다를지라도 어쨌든 과정은 진행되고 있고 결과는 도출될 것이다.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필자는 다양한 직업군과 다양한 연령층을 만나는 기사님과 최근의 정치상황과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불만을 많이 표현하는 분들이 투표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다고 한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하게 챙겨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 따져보고, 살아온 시간을 통해 사리사욕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본 자질과 국가관·안보관이 투철하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지도자를 뽑는 국민의 권리를 모두가 행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을 할 수 있는 것'을 권리라고 하고 '∼을 해야만 하는 것'을 의무라고 한다. 권리는 책임과 의무를 포함하며, 실제로 누군가의 권리는 다른 누군가의 의무를 수반하기 때문에 권리와 의무는 유기적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경치를 누리기 위해 등산을 온 등산객들이 자신의 자유권과 행복추구권을 주장하며 쓰레기를 버리고 치우지 않게 된다면 다음에 그 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경치를 누릴 수 있게 될까?

인도의 정치가인 간디는 '권리의 진정한 근원은 의무이다'라고 하였다. 많은 사람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권리를 보장받는 길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

부산대병원 상임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