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를 낸 선사 폴라리스쉬핑의 안전불감증이 점입가경이다. 선체 균열로 보유 선박 2척이 연달아 침몰하거나 긴급 대피했는데도 또다시 다른 선박에 같은 종류의 하자가 발생한 것을 숨긴 채 운항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선박은 모두 선령이 20년 넘은 개조 유조선인데, 이 선사는 이런 배를 19척이나 갖고 있어 유사 해난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하지만 현행 국제 규제로는 이를 막을 방도가 없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이 선사 소속 스텔라퀸호는 지난달 5일 브라질로 항해하던 중 공해상에서 평형수를 교체하다 갑판에 균열이 생겨 바닷물이 분출했다. 사고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의 제보가 없었더라면 묻힐 뻔했다. 제보를 받은 해양수산부의 문의에 선사는 선박 운항과 관련한 문제는 없었다고 거짓 보고를 했다. 선원 가족이 물 분출 장면을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자 선사는 뒤늦게 그 사실을 시인하고 한국선급에 배 검사를 신청했다. 앞서 지난 3월 31일 침몰해 한국인 8명 등 선원 22명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와 지난달 2일 남아공화국으로 긴급 대피한 스텔라유니콘호의 사고원인도 선체 균열이었다.

이들 선박은 모두 애초 하부와 측면 강판이 한 겹인 단일선체 유조선이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02년 단일선체 유조선을 퇴출하자 폴라리스쉬핑이 싼값에 사들여 철광석 운반선으로 개조해 사용 중이다. 문제는 유조선은 단일선체가 금지됐지만 화물선은 그런 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다. 이러니 이 선사처럼 개조 노후선박을 운항에 투입하면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 IMO도 지침서를 통해 단일선체 화물선은 평형수 탱크 등 힘이 집중되는 곳에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화물선도 유조선처럼 단일선체를 금지하는 게 마땅하다.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건 선원 목숨을 담보로 선박을 운항하는 반윤리적 기업 행위를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수부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조성해 화물선 '죽음의 운항' 근절 대책을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