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뱀을 구해 줬더니, 구해 준 사람의 손을 물어 버렸다. 구해 준 사람이 어처구니가 없어 뱀에게, "너를 구해 주었는데 이게 무슨 짓이냐?"라며 다그치니 뱀 왈 "내가 뱀이요!" 하더란다. 이 이야기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다. 물에 빠진 뱀을 구하는 일은 자비심을 느끼는 사람의 일이고, 뱀은 구조나 구조에 대한 감사와 상관없이 물고 보는 것이 뱀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뱀의 속성이다.

속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솝 우화를 통해 비약해 보자. 햇살 좋고 먹을거리 풍부한 연못에 개구리들이 살고 있었다. 개구리들은 무엇 하나 부족할 것이 없었지만 자신들을 다스릴 왕이 없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그런 개구리들은 허구한 날 모여서 자신들을 다스릴 왕을 보내 줄 것을 신에게 간구했다.

개구리들의 성화에 신은 나무토막 하나를 개구리들의 연못에 던져 주었다. 개구리들은 신이 보낸 나무토막 왕을 두려워하며 누구 하나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연못 위에 떠 있기만 하는 나무토막을 본 개구리들은 한 마리 두 마리 가까이 가 보기도 하고 건드려 보기도 하다가 급기야는 나무토막을 타고 놀게 되었다.

자신들을 지켜 주지도 그렇다고 강력한 명령을 하지도 않는 나무토막을 가지고 놀던 개구리들은 다시 신에게 기도했다. 나무토막이 아니라 자신들을 다스려 줄 강력한 왕을 보내 달라고. 평화롭고 햇살 좋으며 먹을 것 풍부한 연못에 나타난 신은 나무토막 왕이면 개구리 세상에 더없이 족한 왕이라고 개구리들을 설득했지만 개구리들은 듣지 않고 강력한 왕을 끊임없이 신에게 요구했다.

신은 개구리들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 그들의 왕으로 학 한 마리를 보내 주었다. 학은 나무토막 왕과도 비교가 안 되는 늠름한 모습과 권위 있는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새하얀 날개와 길고 날카로운 검은 부리를 가진 학은 개구리들의 왕으로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그 왕의 명령은 강력해 매일 개구리 한 마리를 왕의 먹이로 바치라는 것이었다.

개구리들은 나무토막을 대신해 새로운 왕으로 연못에 등장한 학을 거두어 달라고 신에게 기도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키가 큰 학은 높은 곳에서 개구리들이 모이지 못하게 항상 감시하였기 때문이었다. 연못의 개구리들은 매일 매일 왕의 먹이로 개구리를 바쳐야 할 뿐 아니라 자신들을 먹어치우는 사나운 학의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

뱀의 속성이 무는 것이라면 학의 속성은 개구리 같은 생명체를 거침없이 먹어대는 일일 것이다. 이런 속성을 가진 것을 우리가 안다면 뱀은 물에 빠져도 구해서는 안 되고 개구리는 학을 왕으로 모셔서도 안 된다는 것일 게다. 그런데도 우리는 물에 빠진 뱀을 구하기 위해 손을 내밀기도 하고, 개구리처럼 강력한 지도자를 얻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어리석은 결정을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정치의 속성이고 정치란 항상 최선만을 선택할 수만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대의 정치나 선거전에서는 최선도 차선도 아닌 최악을 피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거나 투표를 해야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그것조차도 하지 않는다면 플라톤의 말처럼,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 중 하나는 자신보다 못한 인간들에게 지배받는 것'이란 점이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사면초가이다.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편중되거나 국가 혹은 정부의 활동이 제대로 된 권력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결과로 우리가 무엇인가를 적당한 시기에 어떤 원칙을 통해 나누어야만 할 때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최악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우리가 한 선택에 의해 일어날 미래이다.

우리가 선택한 이 상황이 뱀을 구한 것인지 아니면 개구리를 잡아먹는 학을 모신 것인지 지금 당장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이 상황이 뱀도 아니고 학도 아닌 진정한 지도자를 구하는 이 시대 최고의 선택이었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

이 기도의 실상은 지금 우리가 선택한 지도자가 국가와 민족의 참신한 미래를 위해 투명하고 맑은 의지를 발할 때와 국민들의 대동단결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자 미래로 향하는 매 순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한 기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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