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도내 일부 지자체에 마을공동체 조직 바람이 불고 있다. 오래전 물질적인 가치에 자리를 내준 '인정과 협동심'을 회복하자는 게 골자다. 주민들은 마을이 지닌 환경적 자산과 독특한 아이디어를 자산으로 마을을 관광명소로 만들며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13년 7월 탄생한 함안 강주마을, 이달 중 오픈하는 김해시 상동면 대감문화마을 그리고 최근 김해 장유신도시 덕정마을 등이 그런 곳이다.

대감마을은 1970년대 이후 공장으로 둘러싸인 난개발 지역이다. 최근 주민들은 분청도자기 기원지, 가야시대 철을 생산했던 야철지(冶鐵址) 등 마을이 가진 역사성과 전통을 되살려 문화공동체 만들기에 나섰다.

주민의 손으로 지역 명소인 장척산 계곡물에 피서용 수영장을 만들었고 낡은 마을회관은 카페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해 임시로 개장한 수영장은 피서객들이 몰려 '대박'이 났다. 수익금은 마을 어르신 용돈, 학생 장학금 지원 등 주민복지 기금으로 사용된다.

김해 장유신도시인 김해시 장유3동 덕정마을발전협의회(덕정 3구)는 1990년대 이후 전국 각처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주축이다. 삭막해지는 도심에 온기를 불어넣자며 40여 명의 주민이 머리를 맞댄 결과 지난달 28~30일 처음으로 덕정마을 축제를 열었다.

마을 사이로 흐르는 생태하천인 율하천변에 종이배를 띄우고 주민들이 서투른 솜씨로 제작한 무대 위에서는 저음의 색소폰 소리가 메아리쳤다. 자녀들과 함께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동심을 추억하며 환호했다.

함안 강주마을은 2013년 8월부터 매년 해바라기 축제를 열며 성공한 공동체 마을의 반열에 섰다. 청량감이 느껴지는 해바라기 샛길과 마을 담벼락에 아름답게 그려진 벽화거리 등으로 인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축제 기간 중 마을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마을 화폐도 발행한다. 하지만 기자는 하나둘씩 늘어나는 마을공동체를 바라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마을 단장에는 어김없이 벽화가 등장하며 시간이 갈수록 체험 프로그램이 서로 닮아갈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돈도 벌고, 주민 화합을 다지는 마을공동체 성공의 요체는 유사한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게 아니라 차별성을 올곧게 유지해 나가느냐다. 축제가 개성을 잃을 때 탐방객들은 등을 돌리기 마련이다.

1961년 '리처드 부스'라는 괴짜 청년에 의해 유명해진 영국의 헌책방 마을 '헤이온와이'의 사례는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인구 1500명의 이 마을은 농기구보관소, 마굿간, 옛성 등을 헌책방으로 개조해 연간 50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독특한 프로그램과 굴지의 헌책 유통업체들의 참여와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을 편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

우리 사회는 1970년대 산업화 이후 중병을 앓고 있다. 개인주의의 만연, 빈부 격차 심화, 피폐해지는 농촌문제 등이 그것이다. 지자체들이 출연해 만든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수년 전 지역 공동체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설파한 바 있다. 한행련은 2014년 '지역 공동체 주도의 발전전략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역공동체 복원을 통해 자립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풀뿌리 민주주의도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남에서 이뤄지는 '의미 있는 실험'들이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사회2부 부장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