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외교 안보 문제는 사드와 북한 핵이다. 소위 G-2라는 세계질서를 이끌어 가는 미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풀어나가야 할 사안들이기에 그만큼 중요하고 복잡하고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드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G-2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맥락에서 접근해 나가야 한다. G-2란 '차이메리카 (Chimerica)'를 의미했다. 두 나라의 경제 상호의존성이 확대되고 깊어짐에 따라 두 국가의 경제를 하나로 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미중 관계는 경제 상호의존성이 예측하는 것과는 달리 많은 부분에 있어서 갈등 관계로 나가고 있다. 가장 큰 갈등 요인은 양국 간의 패권 다툼이다. 시진핑은 중화민족 부흥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소위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해오고 있다. 2022년 임기 연장을 노리고 있는 시진핑에게 일대일로 전략은 정치 사활을 건 프로젝트다. 중국이 추구하는 것은 주변 지역에 대한 지역패권이다. 특히 서태평양, 남중국해에 대한 '특수이익'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에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패권적 지위를 인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한국, 일본, 대만, 아세안 국가들이 밀집된 세계에서 동력이 가장 높은 시장이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도 막대하다.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군사대국화 특히 해양력의 강화는 일본, 한국, 대만 등에 매우 위협적이다.

G-2의 갈등 구조가 한반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사드는 원래 주한미군을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사드의 미사일 감시망이 중국 본토 내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이유로 중국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사드로 인한 한국의 경제적 피해는 막대하다. 군사적으로는 미국, 경제적으로는 중국이라는 정경 분리 원칙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지금까지 워싱턴은 사드는 한미동맹의 시금석이고 재고에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최근 트럼프의 사드 비용 부담과 관련된 발언은 사드를 협상카드로 한국의 방위비 부담을 크게 늘리려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

G-2 갈등이 가져오고 있는 두 번째 문제는 북한 핵 문제다. 중국은 아무리 북한이 혈맹이라고 해도 핵무장한 이웃을 둔다는 것은 부담이 크고, 향후 북한을 견제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 역시 비핵확산이라는 관점에서 북한의 핵은 제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점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넘어 북한 문제를 볼 때 양국 간의 이해관계는 상충하고 있다. 미국은 북핵 제거가 일차 목적이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도 감행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은 다르다. 북핵 제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북한의 생존이다. 북한이 무너지면 그 혼란이 만주까지 파급되고, 한반도 통일로 이어져 그 여파가 조선족까지 미칠 경우 중국 내 소수민족들의 독립에 대한 열기에 불을 지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G-2 갈등이 가져올 큰 여파는 일본의 재무장이다. 아베는 이미 정상국가로의 회귀를 내세우면서 헌법 개정을 통해 재무장을 실현하려고 한다. 미중 간의 갈등이 커지고 중국이 군사 대국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경우 일본의 재무장과 미일동맹의 강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과 일본 구축함에 비치된 SM-3 해상요격미사일체제를 중심으로 한국이 미일 미사일방어체제로 편입될 경우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위계적 관계로 재편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동북아와 북한 문제에 있어서 일본의 입지가 강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G-2 갈등은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할 것이고 그 선택은 한미동맹일 수밖에 없다.

만약 G-2가 협력의 길로 간다면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지난 미중 정상 회담이후 트럼프는 한국이 중국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고 하더라는 말을 했다. 우리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말이다. 이러한 발언은 만약 미중이 한반도에 관한 문제에 대해 합의하고 협력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G-2 협력은 동북아 평화 정착을 위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미중 간의 협력이 '북한은 중국이, 한국은 미국이'라는 일종의 영향권을 나누는 경우라면 우리의 입장은 매우 어렵게 되고 분단의 고통은 지속될 것이다. 이 경우 우리가 택해야 선택은 역시 한미동맹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주변국에 관철하는 것이다. G-2가 갈등으로 가든 협력으로 가든 지금 우리에게 최선은 미국을 등에 업고 우리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는 점을 신정부가 잘 이해하기를 바란다.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