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 봉투 만찬'에 감찰반이 투입돼 진상조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양측이 만찬을 가진 시기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고 돈 봉투를 서로 주고받은 것도 부적절하기 그지없다. 돈의 성격도 논란거리다. 무엇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가 마무리된 시기라는 점을 상기하면 만찬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정상적이지는 않은 만찬이다.

우선 만찬 참석자부터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지검장은 최순실 사건을 총지휘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본부장이었고, 안 검찰국장은 '우병우 라인'으로 정치권 등에서 지목됐다. 안 국장은 지난해 7~10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수십 차례 통화하고, 윤장석 당시 민정비서관과는 1000여 차례 연락한 사실이 드러나 수사 기밀 누설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회동 시기도 미묘하다. 특수본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 등을 각각 구속과 불구속으로 기소한 지 나흘 뒤였다. 이러니 '돈 봉투 만찬'이 뭔가 대가성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금일봉'의 성격도 문제다. 당사자들은 격려금이라고 우기지만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를 이렇게 써도 되는지 의문이다. 또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소지는 물론 뇌물 의혹도 있다. 서로 70만~100만 원이 든 봉투를 간부들에게 줬다고 하는데 법무부 과장 2명이 다음 날 되돌려준 걸로 봐서 스스로도 뭔가 개운치 않다는 걸 느낀 것 아닌가.

청와대가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감찰을 벌이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감찰반은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벌여야 한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대상 1호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검찰 일각에서 "밥 먹고 소통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안하무인이고 심각한 도덕불감증이다. '돈 봉투 만찬' 사건은 검찰권이 누구로부터도 견제받지 않다보니 생긴 일이다.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