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대북관계 기조를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잡아나가고 있다. 통일부는 어제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하되, 민간교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간교류 활성화로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훈풍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다. 정부의 이 같은 모색은 바람직하다. 압박과 제재 일변도의 기존 전략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고도화를 초래해 한반도의 긴장을 끝없이 고조시키는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다행히 중국과 러시아, 미국에서 대화와 협상 주문이 잇따라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같은 날 "남북한이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고 논평했다.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현재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치적인 의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송영길 특사는 "러시아 인사들이 북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64명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고 전쟁 가능성을 낮출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 협상에 나서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미국인의 60%가 북미 대화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담겼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홍석현 특사를 만나 "북한 정권 교체도 안 하고, 침략도 안 하고, 체제를 보장한다"며 '군사 옵션'에 선을 긋는 말을 한 바 있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걸려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다.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같은 입장을 개진했다.

따라서 정부의 당면 대북 과제는 이 전제조건을 확보하는데 두어져야 한다. 이는 북핵 폐기,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평화통일로 가는 로드맵의 첫걸음이다. 문 대통령이 어제 특사단 간담회를 갖고 대북 정책 등을 논의한 것은 그 연장선상에서일 것이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설 수 있을지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