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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칼럼] 제복의 명예

검찰개혁·수사권 조정 논의에 사법권력 지키기 눈살

군 장성 출신 정치권 진출도 영화보다 명예 지켜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5-25 19:49:2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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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의, 그야말로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태풍이 불기 시작했다. 첫 번째 방향은 검찰을 향하고 있다. 바람 앞에 놓인 처지에서야 불만스럽고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다수 국민의 입장에서는 양손 들어 박수칠 준비를 하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요 몇 년 사이, 검찰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비난의 강도를 높여 왔고 관객과 시청자는 열광한 것이 그 증거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섭섭하다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일 테고.
식민지 압제를 획책하던 일제(日帝)에 의해 이식된 제도였으니 시작부터 잘못이었다. 해방 후에도 검찰권은 그저 강화되어 영미법은 물론 같은 대륙법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어떤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었을 뿐 겸허히 되돌아본 적은 없었다. 그 모두의 근거는 법률이지만 법을 제정하는 국회도 통제할 수 없었다. 눈치를 살피는 정치권과 결탁한 그들 법권력이 최소한 국회 법사위원회는 장악하고 있었으니.

일생 단 한 번의 시험합격으로 평생토록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니, 로또도 그런 로또가 없다. 가끔 바람이 불 만하면 언제나 내놓는 말도 있었다. 바로 엊그제도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이 거론되자 검찰 수장은 '인권 보호'를 들먹였다. 소가 웃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취객이 파출소나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리는 따위는 이미 오래된 일이고, 주변의 누군가가 경찰에 연행되면 변호사 아니더라도 최소한 형사과 복도에서 서성거릴 수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어떤가. 변호사가 아니면 아예 입구에서 원천봉쇄다. 인권에 대한 직접적 위협은 물론 간접적 위압까지, 과연 어느 쪽이 더 우려될까. 경찰과의 법률적 소양 및 자질 차이로 검찰에서는 안심해도 된다고? 정말 의식이 그 정도라면 그건 시쳇말로 '헐∼'이다.

바로 며칠 전에도 무려 억대의 부정한 돈을 수수한 검사가 해임과 함께 불구속기소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무려 억대의 돈에 파면도 아닌 기껏 해임, 불구속이라니. 다른 부처의 공무원이나 공적 기관 소속이었다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물론 따져 물으면 법적으로 어쩌고 하겠지만 수긍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미주알고주알 더 늘어놓고 싶지도 않고 말이 거칠어 죄송하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불난 집에 부채질까지 했다. '조직의 위계질서를 위해 선임 기수들은 일괄사퇴…'.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오래전부터 궁금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있다면 검사는 개별적 국가기관이기도 하다. 검사동일체의 상명하복(법률상으로는 지휘·감독이지만)은 조직폭력단의 그것이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동일한 기준을 위해서이고, 개별적 국가기관은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원칙과 법대로 하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윗자리에 오르면 겨우 시험이나 연수원 기수를 기준으로 능력도 소신도 상관없이 떼거리로 사표를 내야 한다는 것은 결코 국가조직에서 있거나 지켜야 할 전통은 될 수 없는 노릇이다.

오늘 몰아치는 바람의 뿌리는 바로 거기에서부터였다. 국민의 검찰이 아니라 조직의 검찰·검사라는 어이없는 의식. 또한 그렇게 얻은 권위는 법복을 벗은 뒤 전관예우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는 예우도 아닌, 후배들을 압박하고 그렇게 자신들의 권력 이익을 영구히 고착화하려는 협잡의 의심을 떨칠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검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다. 검사와 검찰이 명예를 잃으면 국민이 수긍하지 않고, 그것은 사법제도의 근간이 흔들리는 불행이기 때문이다. 비난하면서도 안타까운 까닭이기도 하다. 먼저 기수 운운하며 떼거리 사표나 내는 조폭적 행태의 끈부터 끊기 바란다. 수사권이 나눠진다면 보다 더 공정한 수사로 다른 수사기관을 견제하고, 기소권만 주어진다면 또 그것으로 수사의 공정과 당부를 밝히면 되는 일이다. 패거리의 권력을 지키겠다는 자세로는 개혁의 채찍과 영원히 갈등하며 명예로부터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될 뿐이다.

역시 명예가 중요한 모양이다. 태풍의 두 번째 방향은 군(軍)을 향할 것 같기에 말이다. 아, 아직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은 없으니 그냥 바람(願)이라고 하자. 이런저런 역사공부도 좀 하고 책들도 읽으니 서방 강대국의 이전(以前) 군제(軍制) 중에 주목할 만한 것이 있었다. '육군장관' '해군장관' …. 그들 나라에서는 지금도 문민 국방장관이 대세이다. 최근에는 군경력이 전무한 여성장관도 적지 않다. 행정부 조직의 국방부는 작전이 아니라 정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국방장관은 건국 초기를 제외하고는 전부 군 출신이었다. 장성 출신으로 고위 정무직에 오른 사람도 부지기수이다. 외교의 야전사령관격인 대사직에도 적지 않게 기용되었지만 괄목할 성과를 들은 기억은 없다. 국가의 중요 직을 예우 차원으로 한가하게 베푸는 정권도 문제였지만 준다고 덜렁 받는, 더하여 제 능력과 상관없는 영화를 얻고자 먼저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는 구차한 행태도 역겨웠다.

각 군의 참모총장이면 정부의 직제·직급 기준과 상관없이 '장관(長官)'이다. 기준을 고치지 않아도 명예롭다면 군인과 국민은 그렇게 인정할 것이다. 어깨에 별을 단다는 것은 하늘의 위엄을 받은 일이다. 가장 화려한 제복과 별, 그것이면 한 인생과 바꾸어도 될 만한 영예 아닌가. 그래서 군인은 정무적 판단이 옳더라도 꺾일지언정 강골의 기세를 누그러트려서는 안 된다.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그래야 적이 두려워하고, 정무적 판단은 더욱 신중할뿐더러 협상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안보와 관련한 몇몇 자리나 국회에서의 법률제정을 위한 일부 국회의원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런 경우라도 스스로 허리 굽혀 좇을 것이 아니라 삼고초려 정도의 예우는 거쳐야 하고, 필요 최소한의 기간에 그친 뒤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제복의 명예를 말하고 싶었다. 정권은 제복의 명예를 존중하고, 스스로는 명예로 제복의 위엄을 지켜야 그 집단은 조직이 아니라 바로 국가가 되어 영원히 살게 된다. 그런 국가라면 국민은 당연히 편안할 테고. 군인은 말할 것도 없지만, 검사는 지금의 그 법복 역시 국가가 제정한 제복임을 항상 잊지 않기를 바란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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