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도시 중 고령화가 가장 빠른 부산의 현실을 두고 우려 목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원도심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에 도달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원도심 등 노인 밀집 지역 공동체 붕괴가 현실화되면서 부산시 등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사회복지단체와 연계해 자활 등을 통한 노인 문제 해결의 대안을 모색하는 본지 취재팀의 '마지막 전력질주' 시리즈가 주목받는 이유다.

취재팀이 들여다본 부산진구 개금3동 8통과 10통은 대표적 노인 밀집 빈곤 지역으로 실태는 심각했다. 고령화율이 24.9%로 부산 평균 15.5%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전체 노인의 37.2%나 되는 1인 가구가 외로움과 가난 속에 힘겹게 살고 있었다. 기찻길 옆에 판자와 천막으로 무허가 집을 지어 여지껏 살아온 날이 평균 35년에 달했다. 우리나라 고령화율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곳의 노인 문제는 머지않아 우리 사회 곳곳에 닥쳐올 일이기도 하다.

개금3동 8통·10통과 비슷하게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부산 원도심 등에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기관이 여러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좀체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아직 이들 노인 밀집 지역에 복지 인프라 등이 충분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지금까지의 정책이 빈곤 노인에 대한 단기적 시혜에 치중한 탓이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노인들이 스스로 공동체를 바꿔나가게 하는 자활시스템 구축에 소홀했다는 이야기다.

노인들에게 금전적 지원 등도 필요하지만 이게 복지정책의 전부일 수는 없다. 노인을 비롯한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정서적 고립감이 배 이상 높다고 한다. 이번 '마지막 전력질주' 실험은 기존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의미가 크다. 식사와 가사 협업은 물론 취미·생산활동도 함께하는 자활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로움과 빈곤의 섬에 갇힌 노인들을 자활공동체로 이끌어내는 도전이 복지정책의 새 모델로 자리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