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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끙끙 앓는 자연, 지금 우리 부산은?

3년 뒤 공원일몰제…부산 천혜의 녹지 57㎢ 난개발 우려

정부, 전향적 자세로 보존운동 펼치면 국민도 동참할 것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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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6-22 19:58:5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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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시의 '일몰제' 관련 문제 해소 과정에 참여하면서 고민 아닌 고민이 생겼다. '첨단의 환경복원과 활용의 기술을 가졌으니 얼마든지 자연훼손 문제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은가?' '전체 경제에 이득이 더 크다면 자연의 양은 조금 축소되어도 되지 않는가?'라는 착각 속에서, 여전히 물질 중심으로 자연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 대한 혼돈이었다.
여러 책을 뒤적여 보았다. 요약하면 "지금 도래한 환경문제의 근원은 자연을 정복 대상으로 여겼던 고질화된 서양의 문명관에 있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는 단지 산업혁명 이후 발생하고 있는 후유증 해소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것도 모호한 정책과 완벽지 못한 기술에 의존한 채." 저자들은 공통적으로 뭔가가 누락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바로 '자연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환경 철학'이다. 십수 년 전부터 우리는 녹색산업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연과 산업을 동일 선상에 놓고 다양한 방식의 결합을 통해 경제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신산업! 언뜻 멋져 보이지만 사실은 왜곡되기 십상이다. 녹색산업은 자연을 돈이나 기술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어 결국 자연을 또 다른 물질문명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어설프게 했다가는 잘 있는 자연마저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원래 서양문명에서는 자연을 '공간으로 보는 시각'이 주류였다. 토지를 깎아 평지를 만들수록 땅이 생기고, 식물을 잘라 내고 뽑아내면 낼수록 돈이 생기는 만능 공간으로 여겼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과대한 사용으로 그 공간이 급격하게 줄어듦과 동시에 인간 생명 또한 축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면서 자연을 '자원으로 보는 시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러 이유로 순간순간 흔들린다. 우리는 그동안 자연을 아무런 표현을 하지 못하고 내어주기만 하는 대상으로 여긴 채 무감각하게 살아왔다. 힘없이 당하기만 하던 자연이 최근 들어 자주 짜증을 낸다. 그 짜증이 커져서 자연재난이 되곤 한다. 이제야 그 무서움을 깨닫고 방재라는 이름으로 신기술 또 신기술을 외치고 있다.

시선을 부산으로 옮겨본다.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줄어드는 자연을 온전히 지킬 수 없는 현실에 자괴감을 감출 수 없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제도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공원녹지를 지키기 위해 결국 돈과 타협해야 하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무엇을 말하는가. 진정한 자연보전을 위해서는 제도나 기술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생각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자연은 영원히 개발과의 반목 속에 갇혀 있어야 한다.
이 논쟁의 끝은 과연 언제일까. 3년 뒤 해제될 공원녹지들이 부산만 해도 90개소에 이르고 그 면적이 57㎢에 이른다니 정말 놀랍다. 더군다나 상당수가 이기대, 청사포, 봉대산 등 부산 해안의 공원녹지라는 사실은 더욱 안타깝게 한다. 부산은 천혜의 305㎞ 해안선 속에 8개의 천연해수욕장과 20여 개소의 바다언덕(臺)과 40여 곳의 포구와 항구를 가진 바다도시다. 이런 도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일몰제가 공포된 지 17년이 지나는 동안 이렇게 귀중한 해안 공원녹지들의 매입 시도가 왜 없었는지 언뜻 이해가 되질 않는다. 또 이런 천혜의 해안선을 가진 도시에서 수변 경관지구나 해안선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 제도를 단 한 가지도 가지지 못한 현실은 더더욱 믿기질 않는다.

무엇을 해야 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을까. 토지소유자들에게 보상할 돈만 확보되면 해결될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민간의 투자를 활용하여 개발과 보존을 동시에 지향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까. 전자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하니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고, 후자는 지금까지의 불행이 계속 반복되거나 오히려 심화될 우려가 있다. 돌파구는 정공법! 오직 한 가지뿐이다. 투철한 환경 철학과 의식으로 어설픈 제도에 편승한 돈을 누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3년밖에 되질 않는다. 시민 아니 국민 스스로의 의식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가장 빠르고 근본적인 길은 국가가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일몰제 현장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이 급경사지이거나 녹음이 짙은 곳들. 남아 있는 공원녹지들은 개발과 보전의 끝단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부산시도 문제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무척 힘이 들어 보인다. 지방자치단체 힘만으로는 진정한 대안을 찾을 수 없음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땅들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불거진 문제를 끌어안는 '국가의 대승적 결단'뿐이다. 국가는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 공원녹지에 대해 '양도불능의 원칙'을 보장하고 '영원한 보전 대상'으로 규정해야 한다. 이러한 상식 같은 진리를 확고하게 또 스스로 주창해야 한다. 일몰제를 시작한 것이 국가이니 그 후유증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국가의 전향적 판단이 이루어진다면 국민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어쩌면 일몰제 대상의 공원녹지들을 국민이 공동 매입하는 '내셔널트러스트운동(National Trust Movement)'의 계기가 열릴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 부산은 해안의 공원녹지들을 지키기 위한 '305㎞ 해안선 보전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또 하나! 같은 땅을 두고 환경부는 보전을, 국토교통부는 개발과 재생을, 그리고 농림부는 이용을 근간으로 추구한다. 그래서 말 없는 땅들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이제라도 자연환경을 바라보는 국가의 가치관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모내기조차 할 수 없는 가뭄과 더운 날에 쏟아졌던 주먹만 한 우박들의 정체를 안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자명하다. 자연을 경제 논리 속에서 정복 대상으로만 여겼던 지난날의 착각을 버리는 일이다. 미래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철저히 참아내는 '절제의 정신'이 우리의 환경 철학으로 세워지길 간절히 염원해 본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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