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초반 8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배경으로 ‘독주’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 제로, 탈원전 등 굵직한 정책은 물론이고 졸음운전방지장치 의무화, 대입전형료 인하 지시까지 모든 정책이 문재인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일을 처리함)이 떠오른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정책을 주도하고, 청와대와 정부는 따라가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모든 것에 앞서고, 무리하더라도 곧바로 정책으로 이어지는, 집권 초반기에 늘 보아왔던 익숙한 모습이다. 정권 초반, 그것도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 자체가 법보다 강한 위력을 가진다. 이런 식이면 장관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감히 ‘노(NO)’라고 말하지 못한다. 각료들이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대통령의 말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겼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는 지난 정권에서 이미 지겹도록 보아왔던 터이다.

대선공약 밀어붙이기로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공약사항’은 ‘절대 성역’으로 정권 초반 힘이 있을 때 끝을 보겠다는 태세다.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16.4%)을 강행했다.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한 타임스케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한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단계적으로 1만 원까지 인상하려면 내년 이후에도 최저임금은 계속 인상되어야 하는데 그때마다 민간기업 인건비 보조를 위해 세금을 투입할 것인가.

탈원전 역시 마찬가지다. 탈원전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리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중단한 방향성의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날치기’하듯이 한전 이사회에서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할 게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절차적 신중’을 기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인 원자력 건설 기술을 먹거리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했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에서도 손꼽을 수 있는 수준급이며 그만큼 수출 가능성도 무궁한 산업 중 하나다.

시장상황을 무시하고 통신요금을 인하하려다가 업계 반발에 사실상 무산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대폭 후퇴하기도 했다.

현실과 괴리된 제도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고,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 성급한 정책으로 인한 시행착오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내년 6월 개헌을 약속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내 스스로 말에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혹시 공약 밀어붙이기도 이 같은 강박관념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대선과정에서는 이런저런 다소 인기영합적인 정책발표가 필요했을 수 있다. 또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진 선거일정으로 공약이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집권 후에는 시야를 넓혀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단발적인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적인 플랜과 관련된 정책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문 대통령의 표현대로 ‘운전대’를 잡았다고 운전기사 마음대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여론정치도 우려스럽다. 다수의 국민이 지지한다고 해서 무조건 옳은 정책이라 볼 수 없다. 온갖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국가정책을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여론몰이로 정책을 이끌어가겠다는 속내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거나 제어할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당은 그럴 생각이 없고, 야당은 그럴 능력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규정한 ‘국민의 시대’가 꽃을 피울 수 있고, 국민이 행복해진다. 결국은 또 ‘소통’이다. 현재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때인 박근혜 정부 당시 그렇게도 외쳤던 ‘소통’말이다. ‘우리편’끼리 짜고 치는 소통이 아닌 야당이나 전문가들과의 열린 소통 말이다.

서울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