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그랬다. 2011년 동남권 신공항 유치 경쟁이 한창 불붙을 때 지방공항을 ‘고추나 말리는 공항’이라고 조롱했다. 비록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경쟁하던 동남권 신공항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강원도 양양이나 전남 무안 공항 등을 슬그머니 끼워 넣으며 이를 암시했다. 지어 놓으면 승객이 없어 텅 빈 활주로에 고추나 말릴 공항을 뭐하러 지을 거냐는 핀잔이었다. 부산 시민이 외국 여행 한번 가기 위해 인천공항 가려면 새벽밥 먹고 나서야 한다고 넋두리를 늘어놓을 때도 ‘경제성’을 들이대며 신공항을 외면했다. “고까우면 서울 살지”라는 말과 다름없다.

그들은 그랬다. 내년 2월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 한번 치르려고 서울에서 강릉까지 연결되는 KTX올림픽선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단발성 행사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예산 낭비라는 비난 여론에도 그들은 단호했다. 올림픽 때만 고속철도로 사용하고 폐막 후에는 최고 시속 250㎞까지만 달릴 수 있는 준고속철도(EMU)로 변경하는 꼼수까지 부려가며 결국 뜻을 관철했다. 그 배경엔 경제성보다는 동해안을 이용하는 수도권의 편의성이 더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그랬다. 오래전 폭우로 지리산에 많은 사망 실종자가 발생했는데도 공중파 방송 등 중앙 언론은 짐짓 태연했다. 반면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지리산 폭우보다 훨씬 적은 비가 내렸는데도 긴급 방송을 편성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그들은 그렇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핵 방침에 벌떼처럼 달려들어 공격한다. 원전을 폐기하면 전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처럼 원전 마피아들을 동원해 선전한다.

그들은 부산 울산 경주 일대가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이라는 데 관심이 없다. 이곳에는 지난 6월 19일 폐쇄된 고리원전 1호기를 제외하고도 고리2~4호기, 신고리1~4호기, 월성1~4호기, 신월성1·2호기 등 무려 13개의 원전이 밀집돼 있다. 여기에다 건설 중이었던 고리5·6호기는 시민배심원단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는 총 34기의 원전(계획 중 포함)이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은 수도권은 ‘원전 청정 지역’이다. 영화 ‘판도라’에서 공포에 사로잡힌 원전 주변 주민들이 부산 일대를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모습도 그들에겐 영화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한 장면에 불과할 수도 있다. 부산 시민에겐 정말 상상하기 싫은 현실이 될 수 있는 일인데도 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리5·6호기 건설 공사 일시 중단을 발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도권 패권’이 슬며시 고개 들고 있다. 원전 정책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다. 탈핵 정책에 따른 원전 수출과 관련 산업 피해, 전기료 인상 문제 등은 충분히 건설적인 토론이 필요한 부문이다.

문제는 이번에도 그들만의 치밀한 집단 이기주의 논리가 조직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과 울산 시민의 안전은 관심 밖인 듯한 태도로 연신 경제 논리만 외쳐 댄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지난 대선에서 많은 후보가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들이 지금 탈핵 반대론자들이 말하는 원전의 경제성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의 탈원전 정책의 방향은 에너지로서 원전의 방점은 ‘경제성’이 아니라 ‘안전’에 찍혀야 한다는 미래 가치적인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메이저 신문들과 원전 마피아들은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앵무새처럼 떠들면서 이를 보수 진보 간 진영 논리로 교묘하게 몰아간다. 하지만 그들도 예기치 않은 사고로 발생할지 모를 원전 사고의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못 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참사 때 일본 총리였던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원전은 안전하지 않고, 싸지도 않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원전이 집중돼 있는 경주 울산 부산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후쿠시마보다 몇십 배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밖에서도 이렇게 경고하는데 이 작은 땅덩어리의 나라 한쪽에 사는 이들은 이번에도 딴 나라 사람 같다.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