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4월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17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6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7계단 상승한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보고서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언론에 대한 간섭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정에서 언론이 국가기관을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촛불 집회로 상징되는 국정농단에 대한 저항과정에서 언론의 자유가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한국은 2006년 31위를 기록한 이후 2013년 50위, 지난해 70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올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낮은 순위에 있는 주요 나라는 일본(72위), 러시아(148위), 중국(176위) 등이다. 북한은 180위로 꼴찌이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추락은 기자와 PD에 대한 부당한 해직과 징계에서 드러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취재와 보도를 했거나, 시도했다는 이유로 취재·보도현장에서 쫓겨난 언론인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정도이다. 최소 수백 명에 달하는 언론인에 대한 야만적인 탄압이 버젓이 자행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언론 현실에 대해 나름대로 개혁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언론자유지수를 2020년까지 30위권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제37주년 기념식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의)진실을 밝히려던 많은 언론인과 지식인들도 강제 해직되고 투옥당했다. 오월의 영령들과 함께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고 더는 서러운 죽음과 고난이 없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힌 연장선으로 이해된다. 동시에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는 언론과 언론인들의 고통과 희생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짜면서 “민주주의 핵심 요소인 표현의 자유 보장 및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 제고를 국정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를 위해 정책적 입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부당 해고와 징계를 당한 언론인에 대한 복직과 명예회복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것은 무너진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언론개혁에 대한 역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헤아리길 바란다. 한쪽 눈만으로는 세상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는 이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언론개혁은 어느 정부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시도가 불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최종적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7명의 시민으로부터 언론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한 7명의 시민이 ‘반헌법적’, ‘불법적 행위’라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올리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접근하는 것을 막은 게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일부 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트위터 계정을 차단할 권리는 없으며, 이는 위헌이라는 취지의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헌논란 속으로 몰아넣은 수정헌법 제1조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종교의 자유와 정부에 대한 청원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유권의 상징’이다. 어떤 권력과 세력도 언론 등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도록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급한 국정 현안들이 쏟아지면서 뒤로 밀렸던 개헌논의가 재개됐다. 하지만 언론·출판의 자유를 규정한 현행 헌법 제21조를 보다 강화하는 논의는 빠져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헌법 1조 1항은 언론의 자유 없이 구현이 불가능하다. 개헌 의제에 언론의 자유를 민주주의 핵심 요소로서 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포함돼야 하는 이유이다.
서울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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