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공무원의 현장 업무 처리의 신속성에 감동하여 보낸다는 어느 작가의 감사편지였습니다.

편지 내용은 지난 6월 6일 오전, 집필 원고 수정을 위해 경남 거제시 장승포항에 와 있던 작가가 인근 해안에 기름 띠가 퍼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하였는데, 4분 만에 해양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신속하게 방재작업을 마치고는 이내 신고자에게 방재작업이 완료되었음을 알려주더라는 것입니다. 해경파출소에 방문해 고맙다는 말을 전했더니 응당 해야 할 임무라며 겸손해하더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사건사고가 접수되면 해경은 빨리 현장에 도착해서 가장 효과적인 상황처리를 할 수 있도록 모든 기능이 역할을 다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처리과정과 결과를 신고인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국민에겐 감사한 일로 비쳤다니, 지방해경청장으로서 오히려 더 감사한 일입니다.

공기, 햇빛처럼 전기나 인터넷 등도 우리의 일상에 이미 익숙하게 들어와 있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정전사고로 엘리베이터가 멈춰 안에 사람이 갇히거나, 컴퓨터나 전산장비 장애로 업무가 정지되고, 신호등이 꺼져서 교통이 마비되는 것과 같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소식들이 마치 단골처럼 보도됩니다. 즐겨 쓰는 스마트폰에서 인터넷 연결이 안 되면 그 불편함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상의 전기나 인터넷과 같이, 바다에서는 해양경찰이 당연하고 익숙한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해양경찰의 이름을 어렵게 되찾은 지금, 그 바람은 더 간절합니다.

지난 3년, 해경은 ‘해양경찰’이라는 이름을 잃은 채 가까운 항·포구의 연안에서부터 멀리 수평선 너머까지 파도와 싸우며 ‘해양주권수호’ ‘해양안전’ ‘해양치안유지’를 위해 언제나 바다에 있었습니다. 그 기간은 우리 해경에겐 구성원 모두에게 자성(自省)과 인고(忍苦), 체질 변화가 요구된 시간이었습니다. 바다에서 신호등 역할을 해 온 해상교통관제(VTS) 업무를 일원화하여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특수구조 인프라 확충을 위해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을 신설하고, 구조·구급대원을 30% 증원하였습니다. 더불어 현장근무자를 70%까지 늘리고, 강도 높은 반복 훈련을 통해 현장형 조직으로 거듭나고자 해양재난시스템을 개선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독도와 관련하여 ‘국제분쟁지역화’를 기도 중이고, 중국은 이어도를 포함한 제주 남부해역에 대한 공세적 해양활동을 전개하여 여전히 해양안보는 불안합니다. 또 연안체험이나 수상레저 활동인구 및 다중이용선박 이용객의 증가와 함께 해양사고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2014년 조직 개편 이후 해상과 육상이 연계된 범죄도 50%에 가깝게 증가 발생하는 등 치안공백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새 출발하는 해양경찰의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입니다. 해양경찰청 출범과 함께 해경은 ‘내일보다 오늘이 더 안전한 바다’라는 비전을 천명하였습니다. ‘든든한 안전, 당당한 주권, 공정한 치안, 깨끗한 바다, 탄탄한 해경’이라는 전략 목표를 통해 현실적인 안전을 구체화하겠다는 변화의 약속입니다. 그동안 다듬어온 해양경찰 구성원의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고, 조직운영과 안전관리 체계의 재정비를 통해 안전한 해양시대를 맞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우리 해경은 지속적인 교육훈련과 경비체계 개선을 통해 해양주권 침해에 빈틈 없이 대비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해양 안전을 실천할 것입니다. 해양주권수호를 위해 대응력 강화와 위기관리능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장 중심형’ 조직으로 거듭나서 촘촘한 해양안전망을 구축하여, 바다에서 처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국가의 보호를 받을 당연한 권리를 해양경찰이 지키겠습니다. 바다에서 위급한 순간에 해양경찰이 가장 가까이 있고 반드시 구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국민들의 마음속에 새겨질 수 있도록 더욱 헌신하고 열정을 쏟겠습니다. 새로운 해양경찰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합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