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개편 시안이 나오자 교육계 안팎이 혼란에 빠졌다.

지난 11일 서울에서 열린 첫 공청회에선 “새 정부의 절대평가 전면 도입 방침이 후퇴했다”거나 “절대평가 확대가 수능 변별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내신은 여전히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절대평가를 확대하면 교육현장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충분한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입시 개편은 전 정부 때부터 예고됐다. 고교의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듣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현재 중3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이 바뀌니 수능도 바뀌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는 줄세우기식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고교 교육을 수능 과목 중심이 아닌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한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쪽으로 바꾸려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변별력 약화가 우선 꼽힌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시행하면 동점자 수가 많아져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면 학생들은 내신에 더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사교육 의존도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잦은 대입제도 개편은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고 하는 정권의 조바심에서 빚어진 측면이 크다. 역대 모든 정부는 입시제도에 눈독을 들였다. 큰 비용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결과가 수십 차례의 대학입시 변경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입장에선 입시제도 변화만큼 민감한 것이 없다. 입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나가야 할 교육부가 혼선을 부추기는 것은 삼가야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제도가 매년 바뀐다면 어느 학부모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교육정책이 학부모나 학생 등 교육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추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 교육부는 권역별 공청회를 통해 학생, 학부모 학교 등의 의견을 수렴해 31일 개편안을 최종 확정 발표하기로 했다. 이미 다 정해졌고 여론 수렴 형식만 빌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개편안만 확정할 게 아니라 의견 수렴과 후속 연구를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 할 보완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사회1부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