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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첸나이의 간화선 /김홍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8-21 19:50:3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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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부의 도시 첸나이는 갈 때마다 느끼지만 신비롭고 영적이다. 첸나이는 선불교의 시조인 달마 대사의 고향이자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도마의 순교지이기도 하다. 나는 도마와 함께 베드로가 참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사도 중의 한 사람이라고 평소 생각해 왔다. 베드로는 새벽닭이 울기 전에 자신의 스승을 세 번이나 부인한 사도로 성경은 소개한다. 인간적 두려움에 쉽게 굴복하고 마는 필부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도마 역시 예수의 부활을 믿지 못한다. 눈앞에 나타난 예수를 보고도 부활을 믿지 못하는 도마를 성경은 의심이 많은 상식적인 인간으로 그려 놓았다. 결국 도마는 못 자국이 있는 예수의 손과 창에 찔린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어보고서야 비로소 예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머나먼 인도의 첸나이까지 와서 선교하다 순교했다.

도마와 베드로에게서만 인간적 면모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스승이자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를 통해서도 인간적 고뇌와 고통 앞에서의 굴복을 우리는 만난다. 십자가에 못 박히면 사망에 이르기까지 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 고통 앞에서 예수는 절규한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그 뜻은 아는 바와 같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신의 아들이 육신을 가진 필부로 고통을 느끼게 되는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신령한 힘으로 고통을 제거하는 신의 아들이 아닌, 견딜 수 없는 고통 앞에서 허망하게 무너지는 너무나 인간적인 예수를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개인적인 감정이자 나의 해석이다. 신학적으로는 죄의 아픔과 하나님의 진노를 체험하며, 아버지 신으로부터 단절되는 고독과 소외의 체험에 대한 처절한 절규라고는 하지만 나는 여기서 인간적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예수를 보며 그를 우러르게 된다.

인도의 남부 첸나이에 와서 예수와 도마와 베드로를 만나게 되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베드로는 예수를 부인함으로써 순교의 길을 걷게 되며, 도마는 상식이라는 불신을 통해 신의 사제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물론 예수는 유럽 정신세계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헬레니즘과 더불어 크리스챠니즘이라는 거대한 산맥의 토대가 되어 2000년을 넘게 맥을 이어오고 있다.

첸나이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주도이자 불교와 힌두교, 그리스도교의 성지다. 1998년까지는 마드라스파트남을 줄여 마드라스라고 불리던 곳으로 하계(下界)를 지배하는 신인 ‘만다 신의 나라’라는 뜻을 가진 곳이다. 그럼에도 불교 유적이 많다. 성 토마스 성당도 있다. 부산처럼 인구 380만 정도의 항만도시로 철도 차량 공업이 발달해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도 첸나이에 대거 진출해 있다.

이런 외피적 소개보다 첸나이의 위대한 점은 선불교의 초조 보리 달마를 낳은 땅이라는 점일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사건이 무엇이냐고 기자들이 세계의 석학 토인비에게 물었을 때 토인비는 ‘동양의 불교가 서양으로 건너온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정신세계도 물질처럼 수출입이 가능하다면 불교의 서양 수출이 20세기 최대의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520년 첸나이 근처의 칸치푸람 출신의 한 승려가 중국 광저우로 넘어간 것은 당시 정신세계의 놀라운 정신적 변혁의 계기였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가 바로 보리 달마로, 부처로부터는 28번째의 조사요, 중국 선종에서는 초조(初祖)로 모심을 받게 되는 이이다.

보리 달마의 조사선은 그 면면을 이어 한국에도 전해지고, 더욱 발전된 모습인 간화선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신기한 것은 보리 달마의 핵심인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와 즉심시불(卽心是佛)은 도(道)는 본래 수행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다만 오염시키지만 않으면 된다고 하니 이것을 이름 짓자면 수불(修弗)쯤 될 것이다.

지금 수불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의 한 승려가 보리 달마의 고향인 첸나이에 와서 인도의 왕족들과 경제계 인사들에게 ‘당신은 당신의 눈을 볼 수 있습니까?’ ‘지금 당신의 손가락을 튕긴 것은 누구입니까?’라며 화두를 던지고 있다. 먼 훗날 이러한 이야기가 도마의 순교나 현장법사의 첸나이 방문이나 보리 달마의 양나라 무제와의 만남처럼 인도와 한국에 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선불교 초조 보리달마의 고향에 역수출된 한국의 간화선이 꽃피기를 기대하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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