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임기 10개월을 앞둔 서병수 부산시장은 아마 내년 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19대 대통령선거 결과 부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투표율은 38.7%로 32.0%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50%를 오르내리며 후퇴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서 시장은 일부 출자·출연기관장의 인사를 단행했다. 김름이 부산여성가족개발원장의 3년 연임을 확정했고, 김용섭 부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의 1년 연임을 결정지었다. 출자·출연기관은 정관에 따라 1~3년 임기를 연장할 수 있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지역 대표 공기업 부산도시공사와 교통공사 사장의 연임 얘기도 들린다. 곽동원 도시공사 사장과 박종흠 교통공사 사장의 임기는 오는 10월 5일까지다. 임기 3년의 사장이 연임을 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교통공사에서만 교통공단 시절 초대와 2대 이사장을 지낸 김창갑 씨가 연임했다.

서 시장이 부산지역 대표 공기업 사장 2명을 연임시킨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주변에 인물이 없다”는 반응이 먼저 나올 것이다. 2014년 서 시장은 시장선거에서 당선된 후 공기업 사장 인선에 대해 “누구를 특정하지 않고 지원자 중 최고의 인물을 선택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래서 선택된 이가 곽동원과 박종흠 사장이다. 이들은 각각 현대산업개발 부사장과 국토교통부 고위 관료를 지냈다. 당시 서 시장은 지원자 중 이들이 가장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임기 말은 임기 초와 다른가 보다. 공개경쟁으로 인재를 뽑겠다는 원칙은 온데간데없다. 이들이 탁월한 경영실적을 올렸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지 사실을 확인해보자.

먼저 곽동원 도시공사 사장의 경영성적을 보자. 곽 사장이 임기를 시작한 2014년 도시공사는 수익이 8178억 원에 달했으나 이듬해 7001억 원, 지난해 6640억 원으로 줄었고, 올해 1분기 현재 1363억 원이다. 이대로 가면 올해는 5452억 원이 예상된다. 갈수록 수익이 줄고 있다. 대신 빚을 갚아가면서 부채비율은 지난 1분기 현재 137%로 대폭 줄었다. 2014년과 비교하면 73%포인트가량 줄었다.

결국, 전임 사장이 벌어들인 수익으로 빚만 갚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시공사의 최대 사업인 오시리아관광단지(동부산관광단지) 사업은 곽 사장이 들어온 뒤 제대로 해놓은 게 없다. 이케아 등 유통업체만 속속 들어서고 있다. 오시리아관광단지의 주력사업인 테마파크 사업은 크게 진전된 게 없다. 핵심사업으로 부각된 피에르바캉스센터팍스(PVCP) 리조트 사업 역시 좌초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9000억 원대 규모의 사업을 진행 중인 사업자가 보증금 23억 원도 못 내 쩔쩔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서 시장이 곽 사장을 연임시킨다면 결국 고교 동기 챙겨주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교통공사 역시 경영실적을 보면 눈에 띄게 개선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올해 전반기 현재 부채는 9378억 원으로 박 사장이 임기를 시작한 연도인 2014년 말 8884억보다 500억 원가량 늘었다. 영업손실 역시 2014년 전반기 1074억이었으나 올해 전반기 1304억으로 230억 원가량 증가했다. 노조원 98%가 박 사장을 불신임한다. 노조는 박종흠 사장이 연임 자격이 안 되는데도 서 시장이 재응모를 통해 이를 추진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임되려면 2년 연속 행안부 경영평가에서 ‘나’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교통공사는 2015년 ‘다’등급을 받았고 지난해 ‘나’등급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이들 외 대안이 없다고 한다. 대한민국에 이들 말고 인재가 없다는 말인가. 서 시장이 임기 초 했던 것처럼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제대로 문호를 개방한다면 인재가 모이지 않을 리 없다. 무엇보다 공기업 최초로 내부 승진도 생각해볼 수 있다. 매번 낙하산만 오가는 자리가 아니라 공사와 함께 성장한 인물을 적어도 한 번은 채용해봄 직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 시장이 연임을 강행한다면 인력풀이 빈약함을 자인하는 꼴이다. 나아가 내년 선거에서 당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디지털뉴스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