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스캔들’로 지금은 30%대로 지지도가 떨어졌지만 일본 아베 총리는 상당기간 60% 이상의 지지를 유지했다. 높은 지지도는 그의 정책방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베는 2012년 취임하면서 일본의 장기침체를 탈출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아베노믹스를 제시하였다. 과감한 통화정책, 역동적 재정정책, 민간투자 촉진의 성장정책을 중심으로 한 ‘세 가지 화살’이론이 경제정책의 핵심이었다. 2014년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아베는 저출산, 고령화문제를 해결하고 2050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자는 취지에서 ‘1억 총활약 사회’를 모토로 내걸었다. 이 정책은 청년문제, 저출산,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 강한 경제, 육아 지원, 돌봄 중심의 사회보장이라는 새로운 ‘세 개의 화살’로 아베식 복지국가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베가 2기 내각을 시작하면서 내건 정책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로컬 아베노믹스’라 불리기도 하는 지방창생정책이다. 창생정책은 재생정책의 반성에서 시작된다. 1990년대 말 고이즈미 내각의 중심시가지 활성화 사업에서 시작된 재생정책은 물리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한 공간개발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저출산 및 인구감소, 수도권 일극 집중, 지방소멸 등의 실질적 문제 해결에 미흡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새롭게 제시한 창생정책은 일본이 당면한 심각한 저출산과 급격한 고령화, 도쿄권의 과도한 일극 집중화 등을 해소하되 각 지역을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들어서 미래에 활력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구감소와 지역경제 축소를 극복하고 동네·일자리·사람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며 이를 지원하는 지역 활성화가 정책의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이 계획의 명칭과 관련 법, 정부 부처 이름 모두 ‘동네·일자리·사람 창생’(일명 ‘지방창생’)이다. 지방창생의 기본적 관점은 도쿄 집중을 시정하고, 젊은 층의 취업과 결혼, 자녀교육에 대한 희망을 실현하며,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지역의 현안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전략계획의 목표는 네 가지인데 첫째는 젊은 층의 일자리를 늘리고 여성 취업률을 높이며 관광객을 늘려서 지방에서 안정된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방 이주를 촉진하며 지역 내 안정적 돌봄을 가능하게 하고 기업의 지방거점을 강화하며 채용을 늘리고 지방대학을 활성화해 지방에 새로운 사람의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젊은 층의 고용정책을 집중 추진하고 임신 등의 지원을 강화하며 일과 생활의 조화를 실현하여 젊은 세대의 결혼, 출산, 교육 지원을 촉진하는 것이다. 넷째는 작은 거점의 형성을 지원하고 지방 도시의 경제 및 생활권 형성을 촉진하며 대도시권의 안심 생활 기반을 확보하고 지역 자산의 관리를 강화하여 시대적 여건에 적합한 지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방창생 전략은 출산율과 성장률이 상승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역 정책의 현주소는 일본의 과거 재생 중심의 정책과 정확히 닮아 있어 반성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짧은 정권인수과정에서 정립한 국정과제 5개년계획 중 핵심적 과제로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등을 설정한 것은 당면한 우리의 심각한 현실에 매우 부합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4대 복합혁신과제를 일자리경제, 4차산업혁명 선도의 혁신창업국가, 인구절벽 해소,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으로 설정한 것도 역시 이 시대의 절박한 어젠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문 정부의 국정개혁 과제들이 일본의 창생전략과는 달리 상호연결고리를 갖추지 못한 채 나열되고 있는 점이 아쉽다. 또 일자리 창출, 저출산 인구절벽의 해소, 4차산업 대응 혁신적 발전 도모가 지역 기반의 정책과 연계되지 않고 있어서 적극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지방을 방어선이자 새로운 기회로 삼고 동네-일자리-사람 연계의 선순환 정책으로 저출산과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의 극점사회, 지방 사막화, 저성장체제를 돌파하려는 이웃 나라 정책이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참고서가 되길 바란다.
우리의 미래가 더 쉽지 않아 보이는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정책의 올바른 목표체계 정립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오로지 목표로 삼는 것만 이룰 수 있다. 비록 당장은 실패하더라도 목표는 높을수록 좋다’.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한 말이다.
신라대 기획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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