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를 놓고 요즘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때는 없었던 듯하다.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 여부, 대안 생리대라 불리는 면 생리대에 대한 관심, 생리컵의 국내 도입 여부 등 다양한 생리 관련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김만구 교수는 지난 3월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리대 10종을 조사해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포함한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의 전수 조사를 요구했다. 그 이후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파동이 있고 나서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 중인 생리대와 해외 직구 제품 등 총 666개에 대한 유해성 평가 결과를 내놓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생리를 규칙적으로 하는 여성이라면 한 달에 한 번, 짧게는 2, 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생리 주간을 겪는다. 생리전증후군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리하기 일주일 가량 전부터 복부 팽만감, 두통, 소화불량 등으로 고생한다. 생리 기간 중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고통받고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출혈로 불편함을 겪는다. 폐경기가 올 때까지 이런 과정은 계속되니 생리와 여성 삶의 쾌적함은 큰 관계가 있다.

생리대로 쓰이는 제품은 가장 잘 알려진 일회용 생리대, 면 생리대, 생리컵 등이 있다. 가장 많은 여성이 사용하는 생리용품이 일회용 생리대이므로 이번의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은 큰 충격을 줬다. 생리대는 생리 기간 내내 피부 점막에 닿아 있어 유해물질이 있다면 그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생리대의 유해 성분은 생리혈을 흡수하는 흡수체에 있다고 알려졌다. 생리대 제조 업체들이 생리대의 흡수체 안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 전 성분 공개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행법상 생리대, 마스크 등의 의약외품은 전 성분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되니 업체들이 버티고 있다. 여성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상품이니 법 개정을 통해서 전 성분 공개가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생리대 전 성분 표시제 의무화 법안이 지난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생리컵과 관련해서도 답답한 마음이다. 생리컵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면 생리대 같은 세탁의 번거로움이 없어서 관리는 훨씬 쉽다. 한 번 사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어 쓰레기도 거의 만들지 않는다. 생리컵을 사용하는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장단점을 따져보고 자신에게 맞는지 살펴본 뒤 결정하면 된다. 정부는 단지 성분 조사만 확실하게 해 유해성 여부만 판단해주면 된다. 외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제품을 한국에선 제조는 하지만 판매할 수는 없다. 한국 여성이 생리컵을 쓰려면 해외 직구로 구매해야만 한다. 올해 8월이면 생리컵의 제조나 유통에 관한 규제가 정리된다고 했지만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여성의 생리는 공공연한 장소에서 말하기엔 민망한 주제였다. 그런 면에선 생리대와 관련된 이야기나 논의가 활발해진 건 환영할 만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여성의 건강이나 복지 면에서 생리대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생각해보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정부가 할 일은 생리대를 써야만 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해로운 것을 가려낼 수 있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거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스포츠레저부 차장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