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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댓글부대로 전락한 사이버전사들

본연 임무는 내팽개친 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세계적 사이버전쟁 시대…정권 안보에 골몰해서야 백전백패 불 보듯 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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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 8월 사이버사령부를 독자적인 지휘체계를 갖춘 통합사령부로 격상시켰다. 북한의 핵·미사일 등 위기 속에 사이버전 대처 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미국 사이버사령부는 2009년 창설돼 전략사령부 산하에 편제돼 있었다. 이런 사이버사령부를 중동, 유럽, 태평양에 배치된 미국 사령부처럼 독자 지휘체계를 가진 10번째 통합사령부로 격상시킨 의도를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사이버전력이 현대전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히 사이버전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총알 하나 쏘지 않고 북한을 길들일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이버전의 위력이 상상 이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전면적인 전쟁은 아니지만 국가 간 사이버 전쟁은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상대국에 대한 광범위한 해킹 의혹은 이제 국제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이 될 정도다. 2013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첫 정상회담에서 해킹 문제가 큰 이슈가 된 게 한 예다.

전쟁에 관한 한 내로라하는 북한이 사이버전의 중요성을 간과할 리 만무하다. 올해 1월 우리 국방부가 발표한 2016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 사이버전 인력은 68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사이버사령부가 보유한 4900명보다 많은 숫자다. 이들의 활약은 이미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2009년 주요 정부기관 사이트를 교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사태는 시초일 뿐이다. 2013년 주요 방송사와 은행, 카드 회사 전산망을 마비시킨 3·20 공격, 그해 언론사와 정부기관을 해킹한 6·25 공격 등 여러 차례 우리에게 사이버 테러를 감행했다.

특히 2009년 디도스 공격은 우리에게 큰 경각심을 줬다. 그 결과 2010년 탄생한 게 국군 사이버사령부다. 당초 국방정보본부 산하 400~500명 병력으로 출발했다. 2011년 국방부장관 직할부대가 된 뒤 1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북한의 통일전선부·정찰총국 소속 사이버군에 맞서는 개념이다. 이 부대는 해킹 대비 부대, 해커교육·훈련 부대, 심리전단 등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부는 사이버사령부가 북한 사이버전사들과의 전쟁을 목표로 싸우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군의 사이버 전쟁을 위한 전문 조직일 뿐 국가·국방 홍보 정책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3년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전년 대선 기간 야당 비난 등의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심리전단의 실체가 드러났다. 당시 조사 결과는 익히 아는 대로다. 댓글과 관련해 일부의 일탈은 있었지만 외부 지시 및 조직적 대선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과 함께 의혹은 덮어졌다.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최근 심리전단을 둘러싸고 쏟아지는 의혹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국가·국방 홍보 정책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오히려 이게 주요 업무였던 듯하다. 각종 정치 사안은 말할 것도 없고 연예인 등 일부 유명인에 대한 비방전까지 벌였다. 이런 모든 활동에 대한 보고서는 청와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던 2013년 당시의 조사 결과와는 딴판이다.

이게 북한의 사이버전사들에 맞서겠다는 사이버사령부의 모습이었다. 총성 없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국가 간 사이버 전쟁 시대에 그들은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권 안보에 골몰했다. 물론 남북이 대치하는 한반도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대남 심리전의 필요성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 등 유명인의 합성사진까지 만들어 유포하는 것도 안보를 위한 심리전인지 궁금할 뿐이다. 그러는 사이 지난해 9월에는 창설 이래 처음으로 사이버사령부가 해킹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의혹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의 공방도 뜨겁다. 전전 정권에 대한 과도한 정치 보복이라는 일부 야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어김없이 ‘적폐 청산’ 대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 전쟁으로 둔갑했다. 어찌됐든 사이버사령부의 일탈이 청와대까지 보고됐는지 여부는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건 사이버사령부가 핵 위협 만큼이나 중요한 사이버전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방기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일부 야당은 북한의 핵 위협엔 사사건건 호들갑을 떨면서 사이버사령부가 내팽개친 안보는 애써 외면한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 위협만 안보에 중요한 게 아니다. 사이버 보안, 군사기밀 보안도 국가 안보의 핵심적인 요소다. 진짜 안보는 댓글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의혹을 예의 ‘정치 보복’으로만 몰아가서는 국제적 사이버 전쟁에서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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