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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잠시 멈춥시다. 그리고 전체를 둘러봅시다

고층고밀 아파트로 꽉 찬 부산 사방이 막히고 교통난 극심

바다·강·산 어우러진 부산다움 잃어가고 파괴돼 안타까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0-12 19:18:5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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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도시개발의 패턴은 고층저밀(高層低密)과 저층고밀(低層高密)로 대별된다. 고층저밀을 지향하는 도시는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열린 조망에 대한 엄격한 가치 기준을 가지고 있고, 저층고밀형 도시는 도시 자체의 복잡함을 소중하게 여기며 이를 특화하기 위한 섬세하고 치밀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산은 어느 쪽일까? 어떤 방향으로 변화를 유도하고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한쪽 방향은 아니며 두 가지를 섞어 놓은 듯하다. 고층고밀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생각도 든다. 지금 부산에는 200여 곳의 재개발·재건축지구가 움직이고 있다. 어림잡아 부산 인구의 약 1/4이 새로이 채워지는 것이다. 주택 보급률 100% 돌파는 오랜 이야기인데도 끊임없이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반 현상이라 치부하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과도한 채움 속에 아무런 체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10년 정도 지속된다면 부산은 어떤 상황으로 변할까? 언젠가는 부산의 해안, 계곡, 능선 할 것 없이 모두가 아파트로 채워지거나 가려질 것이다. 사방이 막힌 답답한 도시이자 교통 문제가 극심한 도시가 되는 것은 물론, 바다와 강에서 연결되는 바람길을 막아 도시 환기력이 떨어져 대기오염 또한 심해질 것이다. 이뿐일까. 350만 시민 모두가 동일한 주거양식 속에서 획일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2017년 10월, 우린 정처 없이 그 길로 스스로 빠져들고 있다.

위안이 필요할 때마다 우리는 홍콩을 떠올린다. 그런데 홍콩이 고층고밀의 아파트로 꽉 찬 도시일까? 그렇지 않다. 홍콩은 침사추이(대륙부)의 오래된 동네들과 홍콩아일랜드의 해양부를 자연 그대로 완벽히 보존하고 있다. 100여 년 전부터 취해 온 토지이용의 집중과 선택에 따른 결과다. 우리와 또 다른 점은 홍콩아일랜드의 초고층 건물 상당수가 업무용이라는 사실이다. ‘고층고밀의 아파트 도시 홍콩’이 홍콩 이미지의 진실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홍콩의 외피, 그것도 부분만을 보고 부산을 홍콩에 비견하며 왜곡된 안위를 누리고 있다. 홍콩은 선조들의 옛 삶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공존을 철저하게 추구한다. 좁고 험한 토지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복합을 넘어 고도의 입체융합개발을 추구하며, 홍콩의 역사성과 자연성에 기반을 둔 창의적인 집중과 선택의 도시계획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비관이나 비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복잡한 마음속에서, ‘지금의 흐름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어 주십시오!’라고 부산시에 간곡한 부탁을 하고 싶다. 공공교통 인프라의 보강이나 전체 지역 상황은 무시된 채 아파트로만 채워지는 이 현실을 돌파하기 위한 혁신이 절실한 순간이다. 리더의 혜안과 결자해지의 자세가 요청되는 지금이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세 가지의 실마리를 던져본다. 첫 번째 실마리는 ‘부산의 지형지세’에서 찾아야 한다. 요철이 심한 바닷가 땅은 반드시 존재 이유가 있다. 내륙 산지와 바다 물밑이 연속된 부산의 땅, 이 속성을 지키는 것은 부산의 차별성을 극대화하는 일과 일맥상통한다. 집중과 선택, 즉 건강한 자연환경, 바다나 강에서 불어 들어오는 바람길, 그리고 부산다운 풍경과 조망 때문에 그곳의 아파트 개발이 지양되거나 저층으로 지어야 한다는 논리와 근거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그 땅들을 부산의 자존심과 시민의 이름으로 대대로 보전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분명, 의식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교통 문제’다. 급속도로 높아지는 밀도에 상응하는 신규 도로의 확보가 불가능하다면, 자가용 교통 자체의 발생률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부산은 넓고 평평한 토지와 격자형 도로체계를 가진 서울과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 도시다. 그러기에 서울이 선택했던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부산은 ‘입체 도시계획’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시다. 지역(대중)교통, 신산업기능, 공동체복합기능 등의 통합을 전제로 하는 복합환승 차원의 입체 도시계획을 통해 부족한 공공교통 인프라를 도시 내에 혁신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교통체계의 혁신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민간자본의 유입 기회도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콤팩트한 입체복합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지역밀착과 혁신에 중심을 둔 지구단위계획에 집중해야 한다. 만약 광역교통체계와 입체화된 고속버스터미널과 공항터미널이 도심 곳곳에 들어선다면 부산은 어떻게 될까? 오직 아파트 건설에만 집중된 부산 부동산 분야에 강력한 전환의 계기가 생길 것이다.

세 번째 실마리는 ‘부산형 실험주택들의 발굴과 공급’에서 찾아야 한다. 아파트와 다른 강점을 가진 특별한 실험주택들을 지속해서 양산할 수 있다면 부산의 주거환경의 질은 급속하게 향상될 것이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드는 부산!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다양한 지형 구조를 반영한 ‘미니 재건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시다. 이바구캠프(동구) 모델도 좋고, 에코하우스(서구) 스타일도 좋다. 부산형 미니 재건축에 의지를 가진 사업자나 소유주 스스로가 용기 있게 도전하며 재건축을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설득하고 또 선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양한 계층들이 선호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건축의 모델들이 창조될 것 아닌가. 핵심은 부산형 미니 재건축의 기본 수준의 확보와 보편적 공급이다. 걸림돌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장애들을 제거하고 도전의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세 가지 실마리에 내포된 한계들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이를 제안하는 이유는 파괴되어 가는, 그래서 부산다움을 점차 잃으며 볼썽사납고 평범한 아파트 도시로 변해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잠시 멈춰서 보자. 그리고 전체를 둘러보자.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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