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가운데 하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자부심이 아주 강한 조직이다. 1948년 11월 농림부라는 이름으로 설치된 이후 명칭이나 고유 기능이 거의 바뀌지 않은 몇 안 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정권의 필요에 따라 수산 등의 업무가 붙여졌다가 떨어지는 등 우여곡절이 있기도 했으나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중책은 농식품부를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농식품부 위상은 예전보다 못한 것이 사실이다. 농사 관련 종사자도 크게 줄었다. 1995년 485만 명이던 농가인구는 지난해 249만 명으로 급감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40.3%나 된다. 젊은 사람이 없어 60, 70대가 농촌마을에서 막내노릇을 한다는 사례는 이제 이야깃거리도 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농업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서 다른 산업에 비해 늘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쌀 소비량 감소도 우리나라에서 농사 짓기를 더 힘들게 만드는 이유다. 지난해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소비한 쌀은 169.6g이다. 밥 한 공기에 쌀 100~120g이 들어간다고 계산하면 하루에 한 공기 반 정도밖에 밥을 먹지 않은 셈이다. 연간 1인당 쌀 소비량도 61.9㎏으로 30년 전인 1986년(127.7㎏)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생산력 증대에 따라 재고량까지 늘어나니 농가들이 농업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 됐다.

보다 못한 정부는 지난해 농민들도 직장인처럼 월급 형식의 돈을 받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농산물대금 선지급제’라는 이 제도는 지자체에게 ‘농민 월급제’를 조례로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수매자금을 담보로 농협이 매달 일정 금액을 농가에 지불하면 가을 수확 후 받는 농산물 판매대금으로 갚는 방법이다.

경남에서는 함양군이 정부 지침에 따라 내년부터 ‘농민 월급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군에서는 이 제도가 목돈이 생기는 가을철을 제외하고는 수입원이 없는 농촌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말이 좋아 월급제이지 농가별로 예상되는 최고금액이 월 150만 원, 최저 금액은 월 30만 원이라니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힘들 듯하다. 월급제까지 도입해야 할 만큼 갈수록 몰락하는 농촌의 현실이 안타깝다. ‘대한민국 사람이 밥심으로 사는 시대’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으련만.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