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척과 자만은 서서히 퍼지는 독과 같습니다. 1분 1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뛰면 불가능은 없습니다.”
우리나라 유일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인 유승민 위원이 지난 3일 경기대 명예박사 학위식에서 남긴 소감이다. ‘사라예보의 전설’ 이에리사 전 의원과 정현숙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물론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청춘을 보낸 김재범(유도) 남현희(펜싱) 기보배(양궁)가 사각모를 쓴 유 위원에게 따뜻한 박수와 꽃다발을 건넸다.

유 위원과의 인연은 오래됐다. 언제 봐도 그의 모습은 한결 같이 옳았다. 무엇인가에 꽂히면 벽이라도 뚫고 나갈 것 같은 집중력은 중학교 3학년인 그를 최연소 국가대표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첫 태극마크를 달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복식 금메달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단식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금메달을 일궜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무려 16년 만에 다시 남자단식 정상에 오른 감동의 현장에서 나는 뜨거운 감격을 느꼈다.

유승민은 한국탁구가 오랜 기간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과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로 우리의 목마름을 달래준 그였다. ‘노장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격언을 유승민은 입증했다.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스포츠 선수 출신의 최고 영예인 IOC선수위원 출마였다. 그리고 기적을 이뤘다. 지난해 브라질 리우올림픽 기간에 진행된 선수위원 투표 결과에서 후보자 23명 중 당당히 2위로 당선된 것이다.

‘도전’이라는 두 글자로 압축되는 유승민의 인생은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날 유승민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지도자 선생님들께서 ‘잘난 척과 자만은 서서히 퍼지는 독과 같아서 늘 경계해야 한다’고 배웠다. 아직 부족한 IOC위원이다. 더욱 더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진심을 담은 청년의 연설에는 감동이 있었다. 유 위원은 “중국의 벽이 높아 누구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다. 누구도 저의 IOC선수위원 당선을 예상하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거나 낙담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표로서 세계의 다른 후보자들과 경쟁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한 분 한 분 소중히 만났다. 그 결과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을 직접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동료 선수들과 함께하겠다. 국내 체육계가 어렵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과 국내 체육계가 힘차게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 의원은 “체육은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힘 있는 단체나 독단적인 인물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런 풍토가 사라져야 체육발전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체육이 발전하면 나라가 함께 발전한다”는 쓴소리도 덧붙였다.

유 위원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걸어가고 싶은 모습이었는데’하는 아쉬움에 살짝 질투가 나기도 했다. 또 지금까지 나의 발자취에 취해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도 됐다. 이제부터는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IOC위원인 유승민 위원을 응원할 것이다. 그가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스포츠외교를 펼치며 국가위상을 높이길 기대할 것이다.

앞으로도 유승민은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하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열정과 신뢰가 증거이다. 그를 통해 많은 후배선수가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미래를 보며 자신의 꿈을 펼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마사회 탁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