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지진계가 처음으로 설치된 때는 1905년이다. 이를 전후해 역사지진, 계기지진으로 나뉜다. 전자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각종 사료를 통해 파악한 걸 뜻한다. 여기에 근거한 한반도 지진 발생은 모두 1965회에 이른다. 그중에서 조선시대가 1664회로 가장 많고, 16~17세기에 지진 활동이 가장 활발했다고 한다. 18년 전의 전문가 연구보고서 내용이다.

역사지진에서 최대 인명 피해는 770년 신라 경주였다. “지진이 나서 민가가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100여 명이었다”(삼국사기 신라본기). 조선 인조 때인 1643년 한양과 경상·전라도 등에서는 최대 규모 지진이 일어났다. 특히 “울산부에서는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쳤다”(인조실록). 지금으로치면 규모 7의 강진으로 추정된다. 상당수 학자는 이에 따라 대형 지진 발생주기를 400~500년으로 여긴다.

엊그제 포항의 규모 5.4 강진 이후 ‘지진 주기설’이 새삼 화제다. 다발 주기에 든 거 아니냐, 6·7 이상의 더 큰 지진이 닥치지 않겠냐는 우려에서다.‘불의 고리’인 환태평양조산대에서는 대지진 50년 주기설이 회자돼 왔다. 1960년 칠레(9.5)의 사상 최대 지진 이후 2010년 아이티(7.0) 및 칠레(8.8)에 이어 2011년 동일본 (9.0)대지진이 연속적으로 터졌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불의 고리에서 6.0 이상 강진만 61차례 발생했다. 인도판과 유라시아판 경계지점으로 2015년 대지진을 겪은 네팔에서는 80년 주기설이 통한다.

주기설은 지진 예측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 말해준다. 지진이 언제 터질지 모르니, 역사상 기록으로 발생 패턴과 시기를 가늠해 보는 셈이다. 그걸 무시할 수는 없다 해도, 과학적 방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1978년에야 공식 지진 집계를 시작한 우리로서는 축적된 자료가 적고 주기설의 근거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미국 서부 연안에서는 1960년대까지 약 22년 지진 주기설이 주목받다 시들해졌다. 그래서 주기성 분석보다 지진을 일으키는 단층과 응력 등을 파고드는 게 낫다는 지적도 있다.

첨단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지진 예측이나 예보는 아직까지 인간의 능력으로는 실현하기 힘든 영역이다. 하지만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해 나가고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계속 도전하고 풀어야 할 숙제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