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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미완의 행정수도, 오랜 논란 종지부 찍자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 새해 예산에 용역비 반영…행정수도 이전의 첫 단추

내년 개헌 최적 기회 맞춰 새 정부서 마무리 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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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새벽 문재인 정부 첫 새해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법정 시한을 넘긴 지각 처리에다 여야 흥정, ‘쪽지 예산’ 등 예산안을 두고 이런저런 뒷말들이 쏟아졌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 한심스럽긴 했지만 그 와중에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세종시에 국회 분원 설치를 위한 용역비 2억 원이 포함돼서다. 428조 원이 넘는 예산안에 고작 2억 원이긴 해도 의미가 남다르다. 정부 예산에 ‘국회 분원’이라는 용어가 붙은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비는 향후 국회 분원의 규모·조직·인원·시기·장소 등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는 데 사용된다.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된 데 비하면 예산안 반영이 뒤늦은 감이 없진 않다. 정부 부처 3분의 2가 세종시로 옮긴 데다 추가 이전도 예고돼 있다. 세종시에서 서울 국회를 오가느라 길바닥에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길 과장’ ‘길 국장’의 문제점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세종시 정부 부처의 국회 출장비는 연간 최소 35억 원에서 최대 67억 원으로 추산됐다. 비단 예산 낭비뿐 아니다. 정부 부처 고급 인력의 시간 낭비는 행정 비효율로 이어지는 등 그 폐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까닭에 국민적 공감대도 높은 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0~56%, 전문가의 65%가량이 찬성하고 있다. 압도적인 다수는 아니라 해도 앞으로 세종시 역할이 더 커질 것을 감안하면 찬성 여론이 더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정치권 역시 기본적인 방향에는 이견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데다 지난 5월 청와대 회동에서 문 대통령의 분원 설치 제안에 여야 5당 원내대표들도 같은 뜻을 표명했다. 비록 예산이 기대보다 적게 배정되고 늦어진 아쉬움은 있지만 현재대로라면 시기가 문제일 뿐 국회 분원 설치는 거스를 수 없는 일이 됐다.

그러나 이제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자리매김하는 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라는 얘기다. 세종시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한 국가균형발전의 결과물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삐걱거림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이어받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세종시를 실질적인 대한민국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길고도 어정쩡한 이름의 반쪽짜리 행정도시에 머물도록 하지 않겠다는 뜻이겠다. 그 완성은 물론 행정수도의 세종시 이전이다.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의 요체는 결국 국회 분원이 아니라 본원과 청와대의 이전이다. 문 대통령도 이를 통해 행정수도 완성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회 분원 설치로 물꼬를 트긴 했어도 본원과 청와대 이전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시하는 개헌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국가균형발전에 의지를 보였던 노 전 대통령의 수도 이전 공약은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무산됐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관습헌법’에 위반된다는 당시의 결정은 아직도 세종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개헌을 통한 세종시 행정수도 명시 필요성은 문 대통령만 언급한 게 아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물론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등 대선 주자도 마찬가지였다. 안 지사와 남 지사는 나아가 사법부까지 이전해야 한다고 공약했다. 이제 15년이나 된 기나긴 수도 이전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시점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더는 ‘관습헌법’이라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과거의 헌재 결정을 금과옥조인 양 떠받들고 갈 수는 없는 때가 온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두고 각계에서 논의가 무성하다. 그러나 국회 개헌특위는 권력 구조 등에 초점을 맞출 뿐 행정수도 등 지방분권 개헌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그나마 수차례 지방분권 개헌 의지를 재천명했을 뿐이다. 그러나 청와대 등 새 정부 또한 행정수도 개헌을 두고는 이렇다 할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장관은 행정수도 개헌에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까지 내비치고 있다. 폭발력이 큰 사안임을 이해한다 해도 종전과는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기우이길 바란다. 내년 개헌과 같은 기회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새 정부가 행정수도 개헌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지금부터라도 주도적으로 담론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이야말로 진정한 지방분권의 완성이다. 관습헌법에 제동이 걸려 미완으로 남은 ‘노무현의 꿈’이기도 하다. 문 정부마저 이를 외면한다면 그 꿈의 완성은 기약하기 힘들다. 문 대통령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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