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에세이] 양용은과 타이거 우즈의 도전 /김규동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입력 : 2017-12-14 19: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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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귀환했다. 우즈는 지난 4일 바하마 나소의 올버니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9위에 올랐다. 부상을 극복하고 10개월 만에 돌아온 우즈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일본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야생마’ 양용은이 일본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수석 통과한 것이다. 2009년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우즈에게 역전승을 거둔 양용은은 아시아 남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주인공이다.

두 선수의 복귀가 반가운 건 그들의 나이 때문이다. 1975년생인 우즈는 만 42세다. 양용은 45세이다. 30대가 넘으면 퇴물 소리를 듣는 스포츠계에서 두 선수의 선전은 놀랍다. “일본은 40대 이상 선수들이 많아 오히려 자극제가 된다”는 양용은은 51세의 프라야드 막생(태국)이 롤모델이라고 한다. 막생은 지난 1월 유럽과 일본 프로골프협회가 공동 주최한 싱가포르오픈에서 우승했다.

골프계에선 나이가 들어도 큰 활약을 보이는 선수가 여럿 있다. 올해 81살의 골프 전설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는 70세이던 2005년 우승한 기록이 있다. 말 그대로 플레이어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18승)의 신화를 쓴 1940년생 잭 니클라우스가 마지막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른 건 46세이던 1986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상호가 2005년 50살에 GS칼텍스 매경오픈을 제패했다. 1964년생인 신용진 역사 아직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약 중이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최상호나 니클라우스는 꾸준히 기량을 유지할까.

올해 은퇴한 한 야구선수에게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승엽이다. 1976년생인 이승엽은 1995년 프로에 데뷔해 1997년 최연소 홈런왕(21세)에 올랐다. 아시아 홈런 신기록과 골든글러브 10회 수상도 그의 이력서에 올라 있다. 이승엽이 보유한 많은 기록 중에서 눈에 띄는 기록은 38세인 2014년에 기록한 최고령 3할 타율-30홈런-100타점이다.

이승엽은 2004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2006년에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해 진가를 발휘했다. 요미우리의 4번 타자 ‘승짱’이라는 애칭도 생겼다. 그러나 손가락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긴 슬럼프를 겪는 동안 충격적인 2군 강등을 당하기도 했다. 야구 인생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승엽은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좌절의 경험이 나를 크게 성장시켰다. 최고의 자리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고 털어놨다.

2012년 국내 무대로 복귀한 이승엽은 통산 홈런 624개와 통산 타율 3할의 성적으로 23년간의 야구 인생을 마감했다.

노장들의 인생은 한 편의 영화처럼 고난으로 가득 차 있다. 순탄하기만 한 삶은 어디에도 없다. 분명한 것은 잦은 부상과 슬럼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지혜가 그들을 한 단계 성장시킨 것이다. 최고의 위치에서도 자만하지 않는 겸손함, 끊임없이 자신과 싸움을 하는 자기관리,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다음을 준비하는 인내가 노장을 ‘전설’의 반열에 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