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상식의 힘, 상식의 복원 /박무성

‘박근혜 비극’ 부른 몰상식, 사회 공동체에 아직 만연

계절·날씨 따라 옷 고르듯 공동체 맞는 생각 갖춰야

  • 국제신문
  • 편집국 선임기자 jcp1101@kookje.co.kr
  •  |  입력 : 2017-12-14 19:12:22
  •  |  본지 3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해 이맘때 ‘광장의 촛불’이 없었다면, 지금은 원래 일정대로 19대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 카운트 다운에 돌입하고 있을 것이다. D-5일. 아마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에서 보수와 진보, 또 그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 정치세력들이 서로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역사는 유연한 존재’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지나간 일을 두고 ‘만약’이라는 부질없는 가정을 하는 것은 당시 순간의 중요성과 절실한 의미를 다시금 선명하게 새겨보기 위해서일 터이다.

1년여 전 촛불집회가 열리던 토요일 저녁이면 부산 서면 일대에 나가보고는 했다. 현장 모습이 무엇보다 궁금했고, 사태 추이를 나름대로 예측하고 싶었다. 참가자라기보다 관찰자 내지 기록자의 역할에 따랐던 것 같다.

집회 현장에서 매번 놀란 것은 시민들의 자제력이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숱한 집회·시위를 지켜봤지만, 그런 광경은 신기할 정도였다. 참가 규모나 갈수록 확대되는 확장성에 언제 어디서 불상사가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끝까지 선을 넘지 않았고, 평화적 시위는 시종일관 유지됐다. 전 세계가 경이롭게 지켜본 그대로다.

촛불시위 자체를 혁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분석에 동의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이은 조기 대선, 문재인 정부의 출범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내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혁명적인 사회경제적 이슈도 없이 총 23차례, 전국 참가자 누적 인원 1685만을 기록할 수 있었던 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최 교수는 보수세력의 과도한 헤게모니가 촛불시위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보수에 쏠린 압도적인 우위가 안일과 무책임을 불렀고, 야당과 진보세력의 허약한 역할을 시민들의 민주운동이 대신했다는 이야기다. 정당 중심 의회주의를 강조해온 원로 정치학자의 균형 잡힌 해석으로 들린다. 정치학적 전문성을 내려놓고 저널리즘의 시선으로 풀자면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촛불시위의 동력은 상식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상식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엄밀하게 따질 일은 아니다.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원칙 쯤으로 여기면 되겠다. 영어식 표현처럼 공통의 감각(common sense)으로, ‘정상적인 일반인이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 이해력 판단력 분별력’(두산백과사전)이다. 상식은 사회 구성원들의 소통을 유지하는 인프라, 무형의 사회기반시설 같은 것이다. 상식이 있기에 사사건건 충돌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안정적으로 조율되고, 제멋대로일 수 있는 개성도 공통적으로 용인되는 선에서 제어할 수 있다. 요컨대 많은 사람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생각과 행동을 합리적으로 유지해주는 골격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상식은 비법이나 묘안에 의지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그런 골격이 무너져버렸다. 누구에게나 불합리한 일도 아랑곳하지 않는 경우(비상식)가 비일비재하고, 지극히 상식적인 일조차 아예 무시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몰상식)가 드물지 않게 목격된다. 세상 살다 보면 그저 참고 넘어가야 할 일도 적지 않으련만 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상식의 임계점이다. 상식이 임계점을 넘으면 저항의 칼이 되기도 한다. 최소한의 상식조차 통용되지 않는 사회는 불안하고 위험하다.

촛불시위는 우리 사회가 맞은 그 임계상황이었다. 박근혜의 비극은 한마디로 상식의 배반에서 빚어진 것이다. 상식의 힘이 낡고 무능한 권력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냈다. 촛불시위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면, 결실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은 지금부터다. 바로 상식의 복원이다. 비상식과 몰상식은 각자의 내면에서부터 내 주변에, 우리가 처해 있는 조직에, 사회 공동체에 여전히 만연해 있다. 어떤 세상을 꿈꾸느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소박하고 진지하게 말할 수 있겠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면 충분하겠다’고. 권력의 끄트머리가 호가호위(狐假虎威)하지 않고, 졸부들이 허장성세(虛張聲勢) 부리지 않고, 알량한 지식인이 곡학아세(曲學阿世)하지 않는 그런 세상 말이다.

‘인간의 정신과 영혼은 삶의 도구라는 점에서 의복이나 마찬가지다. … 매일 아침 출근하기 위해 골라 입는 육신의 옷을 펼쳐보듯, 자신의 정신적인 의상을 점검할 줄 알아야 한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옷을 결정하듯, 더불어 사는 인간과 자기가 속한 사회에 맞는 생각을 갖추어야 한다’(차병직의 책 ‘상식의 힘’). 위기의 우리 사회가 상식을 복원할 수 있게끔 각자의 실천지침으로 삼아도 좋겠다.

편집국 선임기자 jcp1101@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부민병원 등 12곳 ‘안심병원’ 지정
  2. 2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코로나 확산은 중국 다녀온 한국인 때문”
  3. 3여당, 부산 코로나특위 ‘원외’는 ‘논외’
  4. 4박은빈 “함께했던 동료들 다시 나오면 시즌2 마다할 이유 없죠”
  5. 5[조재휘의 시네필] 1917, 종군기자처럼 밀착 촬영기법…전쟁 ‘감상’ 아닌 ‘체감’케 해
  6. 6[다이제스트] 고흥~여수반도 6개다리 개통기념 답사 外
  7. 7감염 의심자 검사 거부 땐 강제 검사·벌금 300만 원
  8. 8“이언주 전략공천은 특혜”…곽규택 항의의 삭발식
  9. 9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5> 제4곡-지어도
  10. 10통합당, 유재중·이헌승 불출마 땐 이진복·김도읍 재발탁?
  1. 1민주당, 울산 기초 재보궐후보 박영수 박재완 공천
  2. 2여당, 부산 코로나특위 ‘원외’는 ‘논외’
  3. 3감염 의심자 검사 거부 땐 강제 검사·벌금 300만 원
  4. 4“이언주 전략공천은 특혜”…곽규택 항의의 삭발식
  5. 5통합당, 유재중·이헌승 불출마 땐 이진복·김도읍 재발탁?
  6. 6민주당 부산 경선 곳곳 혼전 양상…양자대결 된 기장·금정 결과 주목
  7. 7현역 추가 컷오프 나올까 경선지 어딜까
  8. 8민주당 중영도 경선 김비오·김용원 2파전
  9. 9기장 여당 최택용 문 대통령 사진 게재…통합당 정승윤, 윤석열 응원 현수막
  10. 10홍준표, 양산을 출마 ‘마이웨이’ 행보
  1. 1확진자 방문 유통가 “방역휴점 손실보다 안전이 우선”
  2. 2BNK 금융그룹- 코로나19 극복 금융지원 앞장…BNK, 지역사회 든든한 버팀목 역할
  3. 3서울보증보험- 신설법인 무담보 신용 보증…금융 취약계층의 튼튼한 울타리
  4. 4KB손해보험- 납입면제 사유 발생 땐 기존 납부액 전부 돌려주는 착한 보험
  5. 5신한생명- 상품 홍보·마케팅 지원위한 브랜드…고객 향한 진심을 품었다
  6. 6현대차, ‘N 스페셜 에디션 자전거’ 공개
  7. 7전기안전公, 코로나19 화훼농가 지원 '꽃선물 릴레이' 동참
  8. 8수과원, 바이러스성 출혈성 패혈증 진단키트 개발
  9. 9부산항만공사,·IBK기업은행 120억 원 동반성장 협력대출기금 조성
  10. 10기재부 "'코로나19 타격' 관광업계, 단기 보강대책 추진"
  1. 1 부산 사상구서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28세 여성
  2. 2부산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 12명 동선 공개 … “51번은 조사 중”
  3. 3천안 '코로나19' 확진자, 지역 곳곳에서 댄스스포츠 강사로 활동
  4. 4 경남 코로나19 확진자 김해 1명 추가…총 39명
  5. 5송파구 코로나19 확진자 2명 늘어 9명으로…구청 홈페이지에 동선 공개
  6. 6부산서 코로나19 확진자 4명 추가 발생 … 총 55명 중 온천교회 관련 28명
  7. 7울산서 코로나19 확진 판정 받은 여중생 경북 성주 거주
  8. 8빠르면 내일 오후 약국·우체국 마스크 판매…1인 5매 구매제한
  9. 9 부산서 코로나19 확진자 4명 추가 발생 … 총 55명
  10. 10경남 코로나19 확진자 12명 추가…한마음창원병원 간호사 포함·병원 폐쇄
  1. 1바르셀로나, 나폴리전 라인업 공개
  2. 2바이에른 뮌헨 챔스 16강 첼시 원정서 3-0 완승
  3. 3첼시vs뮌헨 선발 라인업 공개
  4. 4챔스 16강 나폴리-바르셀로나, 아쉬운 1-1 무승부
  5. 5좌완 듀오 ‘정태승·김유영’ 거인 불펜 책임진다
  6. 6마요르카 10번 단 기성용 “라리가 잔류가 최우선”
  7. 7IOC 위원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
  8. 8정다운, 5월 UFC 3연승 도전
  9. 92021년 WBC 미국·일본·대만서 개최
  10. 10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결국 6월로 연기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동네 의사들이 나서야 할 때다 /황성환
해양안전, 민관 유기적 협력이 필수 /이광진
기자수첩 [전체보기]
양산 사송1초등 정상 개교해야 /김성룡
화포천습지, 보호대책 서둘러야 /박동필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전략적인 전략공천인가 /정유선
이상문학상 사태가 남긴 것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닥터 김사부
총선 연기론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일본음식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사설 [전체보기]
사회 곳곳 응원과 봉사…코로나19 극복 희망을 본다
대통령·여야 4당 대표 회동, 초당적 협력 자리 되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호의가 낳은 명작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총선과 자책골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나의 LP 이야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향기가 나는 사람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2020하프마라톤대회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